투불리 샐러드
미루고 미루던 레시피를 드디어 방학숙제를 몰아하듯, 적어봅니다. 오늘 방문한 국가는 레바논입니다. 사실, 지난 친구 생일, 친구에게 한 턱 내고자 집 근처에 위치한 레바논식 식당을 찾았습니다. 거기서 투불리라는 샐러드를 먹었는데, 눈이 휘둥그레지게 할 만한 맛이라 꼭 한 번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다행히 유튭에 레시피가 있었고, 심지어 재료도 별로 들어가지 않아 이래저래 효자 샐러드입니다. 이전에 레바논 요리로 키베를 했었네요. 그땐 사실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만... 처음 해보는 복잡한 요리는 제 부족한 조리 실력에 제대로 맛이 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 추후 꼭 다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 사진을 볼까요?
간단히 맛을 평하자면 새콤함 그 자체입니다. 전 굳이 맛도 감동도 없는 파슬리는 절대 사지 않는데요, 투불리에서 파슬리의 진가가 나타납니다. 파슬리는 흔히들 잔디를 먹으면 이런 맛일 거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드시지는 마세요. 사람에게 해롭습니다. 제 고양이도 잔디를 먹는 걸 좋아하지만, 고양이가 잔디를 먹을 때는 일부러 토하기 위한 것이라 잔디를 좋아한다고 오해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잠깐 말이 샜네요, 이 레시피를 알고 나선 파슬리를 일부러 사는 형편이 되었어요. 헤어 나오지 못할 상콤깔끔한 맛입니다. 아래 재료에서 눈치채시겠지만, 레몬과 토마토, 올리브유가 파슬리의 풀 비린내를 싹 제거해 줍니다. 제 배우자는 토르티야 빵에 투불리와 조미가 안 된 닭가슴살을 넣어 랩wrap으로 먹는 걸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또 이렇게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가네요.
자아, 이제 슬슬 레시피를 적어볼까요?
파슬리 한 묶음(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ring을 만들 때 그 안에 줄기가 거의 차는 정도의 양입니다)
양파 1개 (다져 주세요)
토마토 네 개 (씨앗은 빼주세요)
불갈 1/2 컵 (불갈은 알이 굵은 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통밀을 사셔서 갉아 쓰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레몬주스 1/2 컵
3/4 컵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큐민가루 1/2 티스푼
7 스파이스 1/2 티스푼 (큐민 가루나 세븐 스파이스는 없으시면 생략하세요)
후추 1/2 티스푼
소금 1/2 티스푼
민트 1/2 티스푼 (없으면 생략 가능합니다)
만드는 법
0 분량의 불갈과 올리브유, 레몬주를 작은 볼이나 그릇에 넣어 먼저 불립니다. 1번~3번의 조리 과정이 조금 걸리기에 그 정도 불리면 딱일 겁니다.
1 파슬리는 줄기를 제거하시면 씹기에 편하십니다. 한 번 씻으시고 물기를 제거하셔서 다져서 큰 믹싱볼에 넣어주세요.
2 토마토도 가로 세로 0.5cm 정도의 크기로 자르세요. 투불리의 핵심은 물기가 없는 거라, 토마토를 자르시면서 씨앗을 제거해주세요. 입속으로요. 다음 믹싱볼에 고고.
3 양파 하나도 다져 주시고요. 다진 후에는 1과 2가 있는 믹싱볼에 넣어주시고요.
4 지금부터는 앞의 믹싱볼에 불려둔 0과 나머지 재료를 넣고 섞으시면 됩니다.
참말, 간단하쥬? 제 사진에서의 흰 가루는 사실 불갈이 아니라 불갈을 더 곱게 간 인도식 수지입니다. 불갈을 수지와 헷갈렸지요 뭐. 다행히 둘 다 밀입니다. 수지는 밀가루보다는 알이 크고 불갈 보다는 고운 형태의 입자를 가졌습니다. 사실, 익힌 보리를 이용하셔도 식감이 끝내줄 것 같아서 그건 다음에 응용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제 레바논 여정이 끝납니다. 배부른 저는,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우롱차 한 잔 우릴 게요. 다음에 만나요.
Cover Photo by rashid khreis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