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와 불씨가 있는 가을 추秋—에는
수확 후 짚을 태우시던 할아버지가 있고
그 옆에서 불장난을 하는 어린 나도
풍경화의 한 획이 되어 있다
벼와 불씨가 있는 가을 추秋—에서
모락모락 눈이 매운 연기를 피해
개구리처럼 폴짝이는 손녀에게
‘맹추같이 뭐 하는 거냐’ 하며
웃으시는 당신이 보인다
끈질기게 애도하지 못했던 장례식장,
납득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아
일부러 서운했던 감정만 꺼내
잠깐의 슬픔도 허락하지 않았던
나는—
맹추, 맹추 덩어리
벼와 불씨가 있는 가을 추秋—에
당신의 모습을 뜻밖에 조우하게 되니
그 멍텅구리 손녀는 이제야
목 놓아 절규합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
南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