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by 유녕

전생이 쥐였던가

유독 밤에 생기가 돈다


손님이 피우다 만 대화를

침묵 속에서

소진시키는 법을

이젠 터득했다


퇴근 후에는 대운동장까지 나가

두 바퀴, 세 바퀴

꽉 채워


헛생각을 하지 못하게

남은 체력을

소진시킨다


잠이 부족해 죽으나

사람 때문에 죽으나


어느 쪽이 나은 건지

지금 마음은

구분하기 힘드므로


어제처럼

비겁하게 잠들지 않고

생마늘 씹듯

이 고비를

보란듯이

견뎌


잘 지은 밥을 푸고

밥을 먹다


도화지 티에

김치 국물이 튀었다


내리치는 눈물을

친구가 보고 말한다


김치가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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