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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zakka Nov 15. 2023

따뜻한 온기로 채워질 수 있다면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사옥





온수역과 항동 사이 도시 축을 담당하며 거대한 수목원과 항동저수지를 품은 공원은 삼삼오오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숲을 따라 도시로 퍼져나간다.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모든 걸 품에 안은듯한 형태의 건물 '라이프오브칠드런 사옥' 이 서 있다. 이 땅은 ‘서울항동공공주택지구’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거의 끝난 재개발지역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기존의 주택지와 이 재개발지구를 가르는 선형의 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이었고 동편의 길 너머에는 수목원이 있었다. 또한 남쪽으로는 최근에 지어진 3,4층의 상가형 주택들이 줄지어 등지고 있었다. 주변의 정황은 이 건축의 공간구조를 이미 결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즉, 길 너머의 수목원과 인접한 공원을 연결하는 공간을 설정하여 주 공간으로 삼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남쪽 인접한 상가주택군에는 벽면을 올리고 이 벽면의 건너에 실내공간의 건물을 세우도록 기존의 주변이 요구한다. 또한 그렇게 하면 그 내부는 탄탄하게 보호될 듯하여 누군가의 사랑과 헌신으로 유지되는 이곳 삶의 풍경에도 어울릴 듯했다. 마침 북쪽 대지선형이 곡선이어서 건물의 외곽선도 이 대지선을 따라 유선형이 되어 건축의 형태는 내부를 감싸안는 모습으로 자연스레 형성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


남쪽의 높은 콘크리트 벽면은 사무실의 프라이버시와 주변의 소음, 잡다하게 보이는 상가주택 모습을 적절히가리기도 하지만 이 건축물을 오르내리는 계단이 의지하는 장치이다. 이 벽면을 타고 오르면 때로는 공중통로로 때로는 공중마당으로 이어져 건너편의 내부를 들어가게 된다. 이 동선이 진행되는 동안 시선은 서쪽의 공원과 동쪽의 수목원을 연결되면서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움직임이 마당에서 다 관찰되어 마당은 이곳의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게다가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지나는 이를 위한 도시의 쉼터로도 손색이 없다. 더구나 담장이덩쿨로 전체가 덥힐 벽체로 기획된 그린홀을 보면 그 녹색의 풍경은 이 건축을 더욱 살아 있게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여파로 예산의 부족함으로 맞물려 건축당시 실행되지는 못했다고 하나, 외부에서 본 흔적으로 보아 먼 훗날 녹색풍경으로 채워질 이 풍경을 상상해 본다.


이 건축은 도시를 매개하고 생명을 매개하는 기지로서 그 사명을 다한다. 바로 소외된 약자에게 우리의 삶이라는 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전하기 위해 결성된 이 이타적 단체와 이를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맞는 건축일지 모른다.



메인 주 공간의 돌출된 메스는 화장실과 엘리베이터가 자리 잡았으며 알루미늄 패널 위 스타코 도장으로 마감이 되어 차별화를 두었다. 사실 이보다 더 다채롭게 하고 싶었으나 예산의 문제로 그렇게 진행되지 못했고 시공사 측에서 여러 고민을 통해 제안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얇은 벽면을 따라 계단을 오르며 '아무리 물성의 훼손이 일어날 일이 없는 콘크리트라도 이 구조가 가능한 걸까?'라는 머릿속 생각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고, 그 말을 들은 관계자는 실제 공간구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시공 당시 가장 우려하고 신경 썼던 공정이 이 얇은 벽과 계단 구조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지금 이 계단을 아무런 문제 없이 오르내리고 있을 수 있지만 시공 당시 얼마나 노심초사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껴진다.



외부 계단을 타고 지하 성큰으로 내려가면 하역장과 세미나실, 회의실이 구성되어 있다. 특이하게 세미나실과 커튼 사이로 하역장이 같이 머물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하역장은 물건이 왔다 갔다 하는 목적공간이기에 주차장과 함께 있는 게 맞지만 대지면적상 슬로프 등을 이루어질 수 없는 특성상 지하에 자리 잡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체됐다.



내부 공간은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사무실을 제외하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태이다. 해당 공간은 기획 당시 식당으로 이용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건축 후 법적인 부분에서 해결이 되지 못해 식당으로 이용되지 못했고 내부 공간을 추가적으로 확장해 용도변경을 함으로써 다시 식당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역시 모든 일이 쉽게 풀리는 경우는 없나 보다.



모든 내부에는 큰 창이 있어 외부의 햇살을 받아들인다. 업무 공간에서 '차경' 요소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거기엔 한국인들이 특히 큰 창을 선호하는 이유도 한 몫한다. 주변의 삶을 풍경은 내부에 들어와서도 제법 어울린다.



따뜻한 온기로 풍성해질 때까지


건물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닿기까지 보고 들은 경험을 다시 돌아보면 큰 인상이 남는 요소는 솔직히 없다. 그러나 “전 세계의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설립된 아동전문 NGO”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 ‘라이프 오브 더 칠드런’이 주가 되고, 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몇몇 비영리기구들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이다.


완성된 멋진 건축보다는 완성된 건축에 따뜻한 온기로 채워지는 그 마음으로 풍성해지는 건축 이어야 한다. 그러니 이 건축은 처음부터 월등히 낮은 공사비를 시작으로 숱한 난관이 예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건축은 주민들과 화합, 공원과 사무실의 연결 그리고 전경을 해하지 않는 것을 설계 원칙으로 완성되었다. 비록 공사비의 한계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더 가중되어 공사기간 내내 심한 압박을 받는 가운데서 최선을 다 하는 시공자의 노력과, 한 푼이라도 더 절약하려 설계를 거듭 바꾸는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한 끝에 이 건축은 완공되었다. 완전한 완성은 아니지만 채워지지 못한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며 채워지지 않은 곳에 차근차근 채워 나가길 바랄 뿐이다.



글 | yoonzakka

사진 | yoonzakka

내용 참고 |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해당 건축은 '오픈하우스 서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투어로 평소 출입이 불가한 건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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