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커피컴퍼니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커피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것과 다름없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대화를 하기 위해서, 혹은 고된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자양강장제’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은 커피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왕 마시고 즐기는 커피라면 ‘좋은 커피’를 마시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좋은 커피’란 과연 무엇일까? 최고급 원두를 사용한 값비싼 커피일지, 몸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일지, 이 역시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생각을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닌 다름으로 존중하고 이해할 때 ‘관점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 부분에 주목하여 자연과 인간의 공존,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라는 다양성을 가진 철학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영감을 주는 미션을 부여해 오롯이 커피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 위치한 수안커피로스터리는 2011년 카페로 시작하여 2018년 로스터리 & 스토어로 진화했고, 2024년 3월, 같은 장소에 로스팅 하우스 오픈과 커피하우스 리뉴얼을 진행했다. 싱글 오리진과 오리지널 블랜드 원두부터 드립 백, 캡슐 커피, 콜드 브루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6단계로 구분한 직관적인 ‘로스팅 레벨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라이브 라벨 디자인’등 독창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관점의 변화’는 수안커피 플래그십스토어의 건축에서도 느낄 수 있다.
콘크리트 담장 너머 보이는 수안커피 플래그십스토어는 건물 주변을 맴돌지 않으면 어디가 입구인지 찾기도 쉽지 않다. 멀리 떨어져 보면 미술관 혹은 공연장 같아 보이기도 한다. 처음 보면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용도를 알 수 없어도 보이는 외관의 형태는 인지할 수 있다. 땅에 내려앉은 건축은 뫼비우스 띠처럼 원형의 곡선으로 땅에 길게 내려앉아 있다. 대지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창과 창호 같은 건축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건축 요소를 숨김으로써 수안커피의 건축은 방문객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담장을 따라 턱을 입구의 좁은 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큼지막한 알루미늄 밴드로 맞물려있는 원형의 건물은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만들어낸다. 성큰 형태와 곡선 경사로를 통해 방문객들은 건물 내로 들어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시야가 밖과 차단되고, 깊은 곳으로 내려가 마침내 카페 내부에 들어선다. 오롯이 커피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수안커피의 의도이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면 눈곱도 떼기 전에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 전원을 켜고, 그 다음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기 시작하면 커피 향이 조금씩 퍼지는 걸 맡으며 하루가 시작됐음을 받아들인다. 갈린 원두를 도징링을 얹은 포터필터에 가지런히 담고, 템퍼를 이용해 원두를 꾸욱 눌러준다. 스팀과 온수로 머신을 한 번 더 예열해 주고 샷 추출 버튼을 누른 후 샷 글라스에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그리고 추출한 샷을 컵에 담아 물과 얼음을 채우면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된다. 기껏 한 잔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이런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전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얼마나 수고스럽고 어려운 일이겠는가.
수안커피는 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공연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내부 공간은 커피를 추출하는 바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좌석이 곡면 유리벽을 사이로 구분된다.
방문객들은 동심원 형태의 내부 공간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 광경을 좌석에 앉아 다각도로 관람한다. 카페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커피하우스, 오른쪽으로 수안커피의 다음 스텝인 로스팅 하우스와 야외정원으로 이어지게 된다.
모서리 땅에 자리 잡은 원통의 건물을 벗어나 경사로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야외정원의 고객 공간을 넘어 어린 나무들 사이 붉게 펼쳐진 건물의 모습이 보인다. 바깥의 삼거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숨겨진 공간에 다다르니 수안커피가 그리는 여정 그 어딘가를 걷고 있는 기분이다.
새로 들어선 로스팅하우스&수안커피스토어의 모습은 이층 규모로 지붕의 모서리가 각 안과 밖으로 말려 들어가는 곡선의 요소가 구현됐다. 기존에 자리하던 커피하우스의 건축 재료를 그대로 사용해 색감을 입혀 건물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건물 배면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원두 블렌드를 데칼코마니처럼 모아놓은 형태를 연상시킨다.
로스팅하우스&수안커피스토어에는 기존 원형의 건물에 자리했던 로스팅 룸, 수안커피의 철학과 커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체험 공간 등이 이곳으로 새롭게 둥지를 옮겼다. 건물을 따라 한 걸음씩 이동하게 되면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로스팅 룸에서 이루어지는 제품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다. 재료 보관부터 제품 생산, 품질 관리, 제품 포장 등 명확하게 영역이 나뉘어 있지만, 시각적 연계를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특별한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커피하우스라면, 빼어난 공간감으로 독특한 영감을 얻게 하는 곳은 수안커피스토어 공간이다. 수안커피의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시음 역시 가능하다. 통유리창을 통해 외부로부터 충분한 빛이 들어오고, 천장에 설치된 스폿 조명은 햇빛과 더불어 공간의 조도를 끌어올린다. 햇빛은 공간에 골고루 퍼지고, 덕분에 시원한 공간감과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다.
통유리를 통해 최소한의 조도만으로 채워진 공간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디자인이다. 중앙에 자리한 가구를 제외한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바닥과 벽은 경계선에서 색으로 나뉘어 칠해졌고, 진열가구는 바닥의 색과 동일하게 입혀 하나의 면처럼 보이게끔 만들었다. 덕분에 공간은 확 트인 개방감과 동시에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 빛을 발한다.
수안커피의 모든 제품은 장인 정신을 가진 구성원들이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모든 제품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독창적으로 개발되며, 제품과 서비스로 영감을 준다. 수안커피는 이러한 가치를 공감할 수 있게 ‘선물’이라는 형태로 가치를 전달한다.
‘ㄷ’자 형태의 가구는 바리스타 바의 옅은 회색의 색감과 대비를 이루고 나무 소재를 베이스로 레이어를 쌓은 간결한 형태와 패브릭 소재를 얹어 디자인되었다. 방문객들은 제품을 집어보기도, 바리스타의 설명과 함께 시음을 통해 다양한 감각으로 커피를 느낀다.
계단을 올라와 마주하는 유리창이 야외의 풍경을 들여오고, 뒤를 돌아서면 수안커피가 오랜 기간 준비한 로스팅하우스의 생산 환경을 볼 수 있다. 2024년 2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로스팅하우스는 제품 생산 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 시키기 위해 생산 과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간이 장기간 수행하기 어려운 하중, 분진, 반복 작업 등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고, 인간이 집중해야 할 품질 관리나 제품 개발과 같은 가치가 높은 업무에 전념할 수 있기 위함이다.
커피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음료다. 그렇기에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수안커피는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한 수안커피 레시피를 선보인다. 한국의 식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주식인 밥과 부식인 반찬으로 구성된 반상 차림처럼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엄선된 브랜드의 좋은 재료들을 차례로 곁들임으로써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한 잔의 커피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의 변화를 경험하고, 새롭게 발견한 취향을 즐겨보는 시간인 것이다.
다섯 단계로 이루어지는 수안커피의 다양한 레시피를 바리스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의 맛을 설명한다. 어떤 커피는 과일 향이 나거나 다크초콜릿 향이 날수도, 꽃을 머금은 시트러스함을 느낄 수 있다며 커피를 건넨다.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미각부터 후각까지 모든 감각을 동원해 희미한 향의 풍미를 짙은 여운으로 남긴다.
새롭게 리뉴얼하여 오픈한 커피하우스와 로스팅 하우스&커피하우스를 비롯해 수안커피의 여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 오로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커피를 바라보며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수안커피의 앞으로의 행보와 다음번 방문하는 수안커피에서의 특별한 커피 경험은 또 어떠할지 기대된다.
- 영업시간
매일 11:00 - 19:00
*라스트오더 18:30
- 수안커피컴퍼니 주차장 이용
글, 사진 | yoonzakka
내용참고 | 수안커피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