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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Feb 24. 2021

비엔나 커피를 찾습니다

출장과 여행 사이, 빈 - Episode Ⅰ

빈에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비엔나커피 한잔 하고 오라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엔나커피는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한 번도 마셔본 적은 없는지라 빈에서 마신다고 뭐가 어떻게 다른지 내가 구별이나 하겠냐마는 그래도 빈을 대표하는 커피이니 한 번은 마셔보고 싶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과 성 슈테판 대성당을 이어주는 케른트너 거리(Kärntner Strasse)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며 메뉴판을 스캔했다. 어디에도 비엔나커피가 보이지 않아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비엔나커피라고... 빈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라고 들었는데..."

"비너 멜란지(Wiener Melange)요? 빈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예요."


음... 그게 아닌데;;; 비엔나커피를 찾는 사람한테 자꾸 비너 멜란지를 권하니 살짝 짜증이 나려는데 점원 추천이니 한번 마셔보자며 빈정 상해 있는 나를 L대리가 달랬다.


“그럼... 초코 케이크도 하나?^^;;”


기분 전환엔 역시 달달한 게 최고. 보기만 해도 묵직한 단맛이 느껴지는 똥색 초콜릿 케이크도 같이 주문했다. 커피와 케이크가 나오길 기다리며 비엔나커피로 유명한 카페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가 수두룩했다. 이렇게나 많은데 하필 지나가다 그냥 들어온 곳에서는 팔지를 않는다니,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싶었다. 이 많은 곳 중 어디를 가볼까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고 있는데 K사원의 한마디가 뒤통수를 때렸다.

   

“아... 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비엔나커피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 사이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가 나왔다. 놀란 뒤통수 달콤한 케이크로 진정시키고 다시 본론으로. 비엔나커피가 빈에 없으면 어디에 있단 말인가? K사원은 핸드폰을 내밀며 자신이 찾은 비엔나커피의 정체를 공유했다. 우리나라에서 비엔나커피라고 부르는 커피는 본래 아인슈패너(Einspänner)라고 하는 오스트리아 커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인슈패너를 빈의 영어 이름인 비엔나를 따서 비엔나커피라 부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빈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비엔나커피를 마시려면 아인슈패너를 주문했어야 했다.


“한 잔 시켜서 나눠 마셔 볼까요?”

“두 분 맛보고 싶으시면 드세요~ 전 괜찮아요.”


아인슈패너를 평소 즐겨 마시지는 않았지만 몇 번 마셔본 적은 있기에 너무도 잘 아는 맛이었다. 물론 빈이 아인슈패너의 고향이라 하니 그 맛이 어떨까 우리나라의 아인슈패너와 비교해 볼 수도 있었지만 비엔나커피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싹 사라지니 별로 당기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앞에 있는 비너 멜란지에 급관심이 쏠렸다.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넣고 그 위에 우유 거품을 올린 비너 멜란지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와 비슷했다. 베이스가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물)이다 보니 카페라테 보다 더 부드러웠다. 이게 진짜 빈 로컬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였다니, 점원에게 살짝 짜증 섞인 눈빛을 보냈던 게 미안해졌다. 역시 로컬 문화는 로컬이 제일 잘 아는 법! 약은 약사에게, 로컬 문화는 로컬에게, 빈에선 비너 멜란지를.

카페 케른트너(Cafe Gerstner)의 멜란지(Winer Melange) 커피 & 초콜릿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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