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볼러 Oct 28. 2020

설마 여기, 금남의 구역?

왕초보여행자 세 머스마들의 우정여행 - Episode Ⅳ

우리가 아사쿠사에 간 건 센소지(浅草寺) 때문이 아니다. 육식동물 세 남자의 이번 여행 최애 먹킷 리스트가 '규가츠' 였기 때문. 도쿄에 규카츠 집이라면 여러 곳이 있겠으나 왕초보여행자인 우린 블로그 맹신도였기에 그분께서 인도해주시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분께서 가라사대, 아사쿠사에서 '아사쿠사 규카츠(浅草 牛かつ)'를 찾으라~~~

그분께서 우리 말고도 많은 신자들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듯했다. 가게는 지하에 있는데 지상 입구에서부터 이미 대기줄이 있었다. 뭐 이 정도야 충분히 예상했던 일. 이 정도는 돼야 그래도 맛집이지. 당황하지 않고 배고픔을 다스리며 차분히 기다림이라는 수양에 들어갔다.


"아~ 너무 배고프다.", "너 맥주 마실 거야?", "아~ 쫌 빨리 좀 먹고들 나오지..."


배고픔에 말할 기운도 없어 조용히 기다리는 데 여기저기서 속닥속닥 한국말이 들렸다.


여기 도쿄 맞지명동 아니지?”

“ㅋㅋㅋ다 한국사람 인가봐~”

“그리고 다 여자들이야.”

... 설마 여기 여성전용뭐 그런 데는 아니겠지?”

“음식점에 무슨 여성전용이야ㅋㅋㅋ”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흔한 커플도 안 보여 그 엉뚱한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그렇다. 당연히 금남의 구역일 리가 없다. 술집이나 바라면 또 모를까 규가츠 집에서... 단지 도쿄가 여자 둘이 오기에 좋은 해외여행지이기에 우연히 여자들만 있는 것일 터!  실제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여자 둘이서 온 여행객들과 종종 마주쳤다. 둘인지 셋인지 넷인지 어떻게 아냐고? 흐흐흐, 그건 남자들만의 촉이 있다.^^*

30분 넘게 기다려 겨우 자리가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다. 가게 안에도 전부 여성 손님들이었다.(행복했다.^^*) 우리를 쳐다보는 직원의 눈빛에 약간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리 때문이었다. 가게는 기껏해야 성인 남자 기준 10명이 채 못 들어갈 크기였다. 여자 3명이 나오길래 우리가 들어온 건데 아무리 봐도 2인석 사이즈다.


“죄송한데, 4분 테이블 빠지면 저기 앉으시고 뒤에 두 분 손님 먼저 받아도 될까요? 아니면 조금 불편해도 그냥 앉으시겠어요?”

“아... 어떡할래?”

“당연히 기다려야지. 좁아도 너무 좁아.”

“밥은 편하게 먹어야지~”

 

그렇게 뒤에 한 팀을 먼저 보내고 우리는 4인용 테이블이 빠져나가고서야 들어갔다. 자리 앉고 보니 가게 안 풍경이 재밌었다. 주방에는 모두 일본 사람 홀에는 모두 한국사람. 어쩌면 이곳은 금남의 구역이 아니라 금일본사람의 구역이 아닐는지.


겉바속촉 규카츠


이전 10화 타워 원정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