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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Oct 28. 2020

어른이의 꿈

 왕초보여행자 세 머스마들의 우정여행 - Episode Ⅰ

남자들의 대화는 종종 유치할 때가 있다. 가령 [마징가 Z 와 로봇 태권V 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와 같은 대화들이다. 오다이바로 향하는 지하철 안, 우리는 오랜만에 유치한 대화의 꽃을 피웠다. 이 유치한 대화의 결론은? ‘잘 모르겠다.‘였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인 우리에게는 마징가 Z 와 로봇 태권V 보다는 건담이 익숙했다. 어릴 적 설명서를 따라가며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조립했던 건담. 완성된 아이들을 책장 한 칸에 정렬시켜 놓고는 행여나 부서질까 내 몸처럼 아끼다가도 심심할 땐 생명을 불어넣어 내가 만든 시나리오대로 가지고 놀기도 했다. 건담을 가지고 놀면서 한 집마다 한 대씩 있는 아빠 차처럼 건담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집집마다 하나씩, 아이들마다 하나씩. 각자 자신의 건담을 타고 넓은 운동장에 모여서 노는 꿈을 꾸기도 했다.

다이버 시티 도쿄 플라자(ダイバーシティ東京 プラザ,  DiverCity Tokyo Plaza) 앞,

  

고놈 참 잘 생겼네~!”


딱 벌어진 어깨, 탄탄해 보이는 하체와 두툼한 가슴, 거기에 조막만 한 얼굴까지. 8등신 황금비율. 전체적으로 연한 회색 베이스에 파랑, 빨강, 노랑으로 포인트. 색의 조화 또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어릴 적 꿈속에서 만났던 그 녀석이 눈앞에 떡~ 하니 서있었다. 어언 30년 만에 꿈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친구를 실제로 만나니 반갑고 신기했다. 만화 속 실제 사이즈라고는 하는데 내가 많이 커버린 탓인지 어릴 때 상상했던 크기보다는 작았다. 아주 오랜 전 초딩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라떼개그 중에 정말로 전쟁이 나면 청와대 지붕이 열리며 로봇 태권V가 출동한다는 썰이 있었는데 이 정도 크기라면 충분히 숨길 수 있겠다 싶었다.


저거 안에 조종실은 있을까한 번 타보고 싶네.”

“가운데 움푹 들어간 저기가 조종실 아닐까? 만화 보면 보통 심장부에 있잖아.”

“그러네~ 관절 부분도 보면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어.”


이것이 진정 평균 나이 서른셋의 대화? 건담 하나에 우린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누가 더 세네, 누가 더 멋있네 하며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로봇으로 힘겨루기를 하던 시절. 우리 집보다 지구의 안위를 더 걱정하던 그 시절로. 어른이 되면 동심이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동심은 사라지는 게 아닌 것 같다. 그저 어른이라는 타이틀 안에 감춰져 있을 뿐.


건담 RX-78-2 Ver.GFT
신난 키덜트(kidult, 어른아이)

사진 속 건담은 2017년 3월 5일부로 5년 만에 철거되었다. 현재는 새로운 '유니콘 건담'이 세워져 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2020년 10월에 움직이는 실물 크기 건담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데, 사진 속 건담(RX-78)을 기반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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