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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Mar 24. 2021

나폴리에는 있고, 통영에는 없는 것

이탈리아 전국일주 - Episode Ⅰ

이탈리아 전국일주는 이탈리아 남부에서부터 로마를 거쳐 북부로 올라가는 일정이었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로마 공기 한 모금 마셔볼 틈도 없이 곧장 이탈리아 남부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이탈리아 현지 가이드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남부로 한 번에 가기에는 시간이 늦어 일단 피우지(Fiuggi)라는 곳에서 한 밤을 묵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기에 이렇게 이동으로만 하루를 날릴 수는 없어 아쉬운 대로 숙소 주변을 산책하면서 이탈리아와는 첫인사를 나눴다.

피우지 숙소, 산책하다가 배가 고파와 피자 한판 흡입하고 왔다

다음 날 오전 6시, 다시 이탈리아 남부를 향해 출발했다. 남부 지역 중에서도 첫 번째 목적지는 나폴리(Napoli)였다. 다들 계속되는 이동 스케줄에 벌써 피로가 쌓였는지 버스 안에는 도서실만큼이나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자~ 이제 슬슬 눈 뜨시고 기지개 한번 켜시죠~ 곧 나폴리 도착입니다.”


사람들이 잠을 깨는 동안 가이드님이 퀴즈를 하나 냈다. 우리나라에는 흔히 나폴리와 비교되는 지역이 한곳이 있는데,


“정답! 통영이요!”

“네~ 맞습니다. 통영이죠~”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튼 그래서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 혹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는데, 그럼 나폴리에는 있고, 통영에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 문제였다. 피자, 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 거북선, 꿀빵 등 아무 말 대잔치가 열린 가운데 끝내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정답은 마피아였다.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 세계 3대 미항 산타루치아(Porto di Santa Lucia)의 도시라는 명예와 함께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오명도 함께 가지고 있는 도시였다. ‘이탈리아 4대 마피아‘ 라고 하여 4개의 조직이 나폴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남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단다. 과거 마약 및 무기 밀매, 성매매, 위조, 도박, 갈취 등으로 세력을 키워, 현재는 전반적인 나폴리 정치, 경제에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고 하니, 나폴리를 ’마피아의 도시’ 라고도 부르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이탈리아 하면 소매치기당한 썰이 워낙 많아 소매치기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소매치기와는 스케일이 완전 달랐다. 설마 목숨을 담보로 여행해야 하는 것인가?


“여러분! 걱정 마십쇼! 그래서 우리는 나폴리는 이렇게 버스 안에서만 보기로 하고, 바로 폼페이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시름 놓였다. 물론 살짝 아쉬움도 남아있었지만 훗날 여행 고수가 되었을 때 자유여행으로 다시 와서 하루 이틀 머물다 가기로 하고 이번 여행에서는 차창 밖 나폴리를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부디 그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괜찮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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