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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Mar 27. 2021

로마 도장깨기

이탈리아 전국일주 - Episode Ⅳ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로마(Roma)는 밟는 땅마다 다 역사적 명소이자 관광지다. 유적 옆에 또 유적. 제대로 다 둘러본다면 아마 최소 며칠, 아니 몇 주는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충 이렇구나 느낌만 보고 싶다면 하루, 아니 반나절도 가능하다. 속전속결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딱 안성맞춤인 로마 벤츠 투어가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벤츠산 다인승 밴을 타고 로마의 주요 관광지들을 빠르게 순회하는 투어다. 한마디로 로마 관광지 도장깨기. 택시처럼 목적지 바로 앞에서 떨궈주니 이동시간을 분 단위로 아낄 수 있다. 단,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분 단위라는 게 함정. 투어가 끝나고 자칫 반나절 동안 뭘 보고 다녔는지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틈틈이 셔터를 눌러줘야 한다.


로마 벤츠 투어는 선택 관광이었다. 로마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가이드님이 갑자기 호갱님~ 호갱님~ 하며 친절한 영업사원 모드로 분위기를 잡더니 로마 벤츠 투어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님에 열정적인 설명에 힘입어 사람들은 모두 호갱이가 됐다. 물론 나도.^^;; 사실 말이 선택 관광이지 안 한다고 해서 혼자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대부분의 패키지 상품이 그러한 걸로 알고 있다.)


“자, 가능하면 귀중품이나 필요한 짐은 다 가지고 내리세요~ 오늘 집에 갈 때까지 이제 버스는 안녕입니다.”

“어유~ 그럼 우린 뭐 타고 댕겨요? 나 오래 걸으면 다리 아픈데.”

“지금 벤츠가 열심히 달려오고 있습니다.^^”


버스가 떠나고 콜로세움(Colosseo)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Arco di Costantino)을 구경하며 벤츠가 오기를 기다렸다. 처음 콜로세움을 보고는 마치 연예인을 본 것처럼 신기했지만 외관만 계속 보니 감흥이 금세 사라졌다. 사실 바깥보다 안이 더 궁금한 콜로세움인데. 다시 찾을 이탈리아 리스트가 자꾸만 늘어간다.

콜로세움과 개선문이 슬슬 지겨워질 때쯤 멀리서 오와 열을 맞춰 몰려오는 검은색 무리가 보였다. 벤츠 부대였다.


“여러분, 이제 그만 보시고 앞에 차부터 차례로 탑승해 주세요~”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가 떠오르게 만드는 원형경기장 콜로세움(Colosseo)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Arco di Costantino)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한 콜로세움과 개선문 주변, 다 한국사람들이었다는 사실

벤츠라고 해서, 게다가 다인승이니 널찍한 내부에 편안한 승차감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널찍하긴 했으나 그만큼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답답했다.(딱 한 대만 더 빌려서 나눠 탔으면 딱 좋았을 거 같은데...) 승차감 역시 (원래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 같은데) 울퉁불퉁한 로마 거리 위를 지나다니니 엉덩이가 들썩거릴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다. 반나절 동안 이걸 타고 다녀야 한다 생각하니 차라리 내려서 걷고 싶었다.(사실 뚜벅이 여행이 하고 싶었던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목적지 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 로마 주요 관광지들이 거의 몰려있다 보니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대부분 5분 내외로 길지 않았다. 콜로세움에서 출발해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o Massimo),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à), 캄피돌리오 언덕(Campidoglio), 포로 로마노(Foro Romano),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 트래비 분수(Fontana di Trevi),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판테온(Pantheon)까지. 총 9군데의 로마 주요 관광지를 뿌셨다. 정확히 3시간 14분 걸렸다. 한 곳당 평균 21분 남짓 둘러본 셈. 매 장소마다 가이드님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한꺼번에 갑자기 많은 내용이 밀려들어오다 보니 용량 초과로 저장된 건 하나도 없었고, 여기가 포로 로마노인지 판테온인지 기억 속 이미지 잔상마저 겹쳐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남는 건 사진뿐! 참 다행이었다. 가이드님 설명을 들으면서, 그리고 이동하면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게.

영화 '벤허(Ben-Hur,. 1959)'의 배경이 된 대전차 경기장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o Massimo), 지금은 그냥 넓은 운동장 같았다
아야! 입에 손을 넣고 거짓을 말하면 손목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는 진실의 입(La Bocca della Verità) 다행히 손목 잘 지켰다. 우리 모두 정직하게 삽시다!
이탈리아 대표 건축가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설계한 언덕 위 광장 캄피돌리오 언덕(Campidoglio)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Marco Aurelio)
고대 로마의 정치, 경제, 법률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Foro Romano)
1871년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Vittorio Eman­uele II)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에서 오드리 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스페인 계단(Scalinata di Trinità dei Monti), 공사 중ㅠㅜ
뭐니 뭐니 해도 로마 하면 트래비 분수(Fontana di Trevi)
모든 신을 위한 신전 판테온(Pantheon), 근데 지금은 유일신 섬김(성당임), 또한 이탈리아의 역사적인 위인들의 묘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판테온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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