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볼러 Oct 10. 2024

건배에 미친자들

'땀깐'의 서막

라오스 로컬 커피맛을 보겠다고 야심 차게 찾아낸 라오스 로컬 커피숍(?)에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에스프레소 머신 대신 캡슐커피 머신의 등장에 과연 커피다운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충격과 걱정 속에 수다를 떨며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대뜸 우리에게 라오스말을 해보라며 말을 건넸다. '싸바이디~(안녕하세요~)', '컵짜이(감사합니다)', '컵짜이 라이라이(대단히 감사합니다)', '팽라이(너무 비싸요)' 등 여행 중 반드시 한 번은 써먹을 것 같은 기본 회화 정도는 미리 숙지를 하고 왔지만 이왕이면 로컬에게 배울 수 있는 이 기회를 빌어 궁금한 표현을 배워 말해보기로 했다. 


"라오스어로 건배를 뭐라고 하나요?"

"땀깐."


듣자마자 바로 우리는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


(다 같이)땀까~안!


이때까진 몰랐다. 이후 땀깐을 여행 내내 달고 다니게 될 줄은. 땀깐의 서막이다.

여행 내내 달고 다녔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땀깐을 가장 자주 외쳤던 곳은 단연 방비엥 사쿠라바다

술 마실 때는 당연하고,

커피를 마실 때도 땀까~안!

그냥 물을 마실 때도 땀까~안!

밥을 먹을 때도 땀까~안!

뭘 하든 텐션이 떨어질 때면 땀까~안!


건배도 마찬가지지만 땀깐은 우리에게 건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단순히 라오스말로 건배가 아니라 텐션을 업시키는 마법의 주문이랄까? 지쳐있다가도 땀깐을 외치고 나면 다시 에너지가 생겼다. 비록 마법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마법보다 강력한 것이 세월이었다ㅠㅜ)




여행이 끝난 후 이 글을 쓰는 지금, 새롭게 알게 된 '땀깐'의 진실이 있다. 구글에게 물었다.

[라오스어로 건배가 뭐야?]

결과는 (대체로) '땀쩍'. 간혹 '땀께오'라는 결과도 나오긴 하는데 뭐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땀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설마 5명이 다 잘못 들었다고? 고프로 영상이 있어 아무리 돌리고 돌리고 돌려 들어봐도 누가 들어도 이건 땀!깐! 이다. 혹시 사투리 같은 건가? 진실은 라오스 사람만이 알겠지...(혹 무라카미 하루키는 알려나?) 언젠가 라오스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물어보고 싶다.


"라오어로 대체 건배가 뭐예요?"

이전 07화 라오스 로컬 커피는 어떤 맛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