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깐'의 서막
라오스 로컬 커피맛을 보겠다고 야심 차게 찾아낸 라오스 로컬 커피숍(?)에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에스프레소 머신 대신 캡슐커피 머신의 등장에 과연 커피다운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충격과 걱정 속에 수다를 떨며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대뜸 우리에게 라오스말을 해보라며 말을 건넸다. '싸바이디~(안녕하세요~)', '컵짜이(감사합니다)', '컵짜이 라이라이(대단히 감사합니다)', '팽라이(너무 비싸요)' 등 여행 중 반드시 한 번은 써먹을 것 같은 기본 회화 정도는 미리 숙지를 하고 왔지만 이왕이면 로컬에게 배울 수 있는 이 기회를 빌어 궁금한 표현을 배워 말해보기로 했다.
"라오스어로 건배를 뭐라고 하나요?"
"땀깐."
듣자마자 바로 우리는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
(다 같이)땀까~안!
이때까진 몰랐다. 이후 땀깐을 여행 내내 달고 다니게 될 줄은. 땀깐의 서막이다.
술 마실 때는 당연하고,
커피를 마실 때도 땀까~안!
그냥 물을 마실 때도 땀까~안!
밥을 먹을 때도 땀까~안!
뭘 하든 텐션이 떨어질 때면 땀까~안!
건배도 마찬가지지만 땀깐은 우리에게 건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단순히 라오스말로 건배가 아니라 텐션을 업시키는 마법의 주문이랄까? 지쳐있다가도 땀깐을 외치고 나면 다시 에너지가 생겼다. 비록 마법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마법보다 강력한 것이 세월이었다ㅠㅜ)
여행이 끝난 후 이 글을 쓰는 지금, 새롭게 알게 된 '땀깐'의 진실이 있다. 구글에게 물었다.
[라오스어로 건배가 뭐야?]
결과는 (대체로) '땀쩍'. 간혹 '땀께오'라는 결과도 나오긴 하는데 뭐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땀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설마 5명이 다 잘못 들었다고? 고프로 영상이 있어 아무리 돌리고 돌리고 돌려 들어봐도 누가 들어도 이건 땀!깐! 이다. 혹시 사투리 같은 건가? 진실은 라오스 사람만이 알겠지...(혹 무라카미 하루키는 알려나?) 언젠가 라오스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물어보고 싶다.
"라오어로 대체 건배가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