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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Oct 03. 2024

라오스 로컬 커피는 어떤 맛일까?

비엔티안에서 맛본 라오스 로컬(?) 커피

모름지기 잘 먹은 한 끼란 식후 커피 한잔까지 해줘야 비로소 완성된다. 만족스러운 걸 넘어서 만족에 겨웠던 도가니국수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우리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도가니국숫집 바로 맞은편에 깔끔한 외관의 제법 큰 카페가 있었지만 라오스까지 와서 프랜차이즈 느낌이 나는 카페를 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일정상 어차피 숙소 쪽으로 가야 했기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좀 더 라오스스러운 카페를 물색해 보기로 했다.

라오스 로컬 카페를 찾아라!

촉촉히 내리는 비에도 꺼지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불타는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걷던 중 노포 분위기의 한 가게를 발견했다. 간판에는 도저히 추측 불가한 라오스어 아래 'Bouasavanh' 이라 쓰여있고(사람 이름인가?), 그 아래 반갑게도 익숙한 영어가 보였다. 'Bakery and coffee shop'. 옛날 동네 빵집 느낌의 베이커리 카페였다. 제대로 찾았다. 다만 하나 의심스러운 건 지금 영업을 하는지와 커피가 되는지의 여부. 분위기가 왠지 아직 오픈 전 느낌이었고 베이커리 앤 커피숍이라는 간판명과 달리 가게 내부에는 온통 음식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게다가 커피숍이라면 응당 보여야 할 에스프레소 머신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들어가자마자 진동해야 할 커피 향도 일절 풍기지 않았다.) 뭔가 잘못 찾아온 것 같은 싸늘함이 밀려와 사장님께 직접 물었다.


"(벽에 붙은 사진을 보며) 카푸치노, 라떼, 온리 투?"

"(끄덕끄덕)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오! 아메리카노도 있대!"


한국인의 커피(?)인 아메리카노도 있다니 일단 메뉴는 합격. 다음은 그래서 지금 커피가 되는가? 였다. 우리끼리 한국말로 하는 대화에서 아마도 '커피'라는 단어를 듣고 눈치를 채신 건지 사장님이 심플한 두 마디로 우리의 논란을 잠재워주셨다.


"커피 오케이~^^"


이 말을 듣고서야 우리는 안심하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주시는 사장님, 그런데 설마... 캡슐 커피?! 저 노란 통에는 뭘 섞는 거지? (모든 게 다 의심스러웠다;;;)

우려와 걱정 속에 겨우 자리를 잡았으나 커피를 내리는 사장님을 보자마자 신선한 충격과 함께 바로 다시 일어나고 싶은 충동이 강력하게 일어났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 사장님이 꺼낸 기계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무려 캡슐커피머신! 그제야 벽에 붙은 음식 사진들이 이해가 되면서 의문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커피는 본래 파는 메뉴가 아니고 식사 후 후식으로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적인 직감.(후식으론 캡슐커피도 충분히 훌륭하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명색이 커피숍에서 캡슐커피를 판다고?! 믹스 커피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라오스 로컬 커피를 기대하기는 글렀지만 이미 주문도 다 들어갔고 무엇보다 열심히 쉐킷쉐킷하고 있는 사장님을 보니 차마 무를 수가 없었다. 본래 이게 찐 라오스 커피일 거라, 라오스만의 갬성이리라 최면을 걸고 커피를 기다렸다.

카푸치노인 듯 카푸치노 아닌 카페라떼 같은 카푸치노 (뭔 말...? 그만큼 정체가 모호했던 커피)

카푸치노, 아이스라떼, 아메리카노, 주문한 순서대로 커피가 나왔다. 셋다 맛은 뭐..... 이미 예상했던 대로 우리가 아는 그 캡슐맛. 전혀 카메라에 담고 싶지 않은 비주얼이었지만 어쨌든 라오스에서 마시는 첫 커피이니 (SNS 피드용 갬성 쫙 빼고) 순수 기록물로서의 사진만 남겼다.




커피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덧 방비엥으로 떠나는 차 시간이 가까워졌다. 친절하고 미소가 밝은 사장님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사장님은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때아닌(?) 커피 손님들을 그냥 보내기가 내심 아쉬웠는지 같이 사진을 찍자며 선뜻 카메라를 내밀었다. 사장님을 센터에 두고, 하나, 둘, 셋, 찰칵 하기 전에, 밖에서 손님 응대를 하고 있는 사장님의 두 딸들도 불렀다. 다시 포즈 잡고 하나, 둘, 셋, 이번엔 진짜로 찰칵! 그리고 우리 폰으로도 한 장 더 찰칵! 이별 세리머니 끝.


"또 올게요~"


기약도 없고 지키지도 못할 게 (거의 99.9%) 뻔한 인사를 남기고 커피숍을 나왔다. 비록 라오스 로컬 커피맛을 보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대신 라오스 로컬 피플맛(?)을 느낄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예상컨대 아마도 맛보지 못한 라오스 로컬 커피도 라오스 사람들처럼 순수하고, 따뜻하고, 명랑함이 가득해 마시면 해피바이러스가 퍼지는 그런 기분 좋아지는 맛이지 않을까. 여행하는 동안 언젠가는 마셔보게 될 라오스 로컬 커피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졌다. 그리고 앞으로 여행하며 만나게 될 라오스 로컬들에 대한 기대 역시.

사진 속 추억에 진한 커피 향 대신 따뜻한 사람의 향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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