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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카 Aug 14. 2018

핀란드 대서사 2 : 영하 40도의 추위

 

내가 있는 오울루(Oulu)는 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부산이겠지만, 부산을 생각하면 안된다. 오울루에서 처음으로 만난 친구에게 '시골 마을에 오게 되어 편안하고 기쁘다'라고 했다가 이 정도면 엄청 큰 도시인데, 하고 말했다. 보통의 1월, 2월 겨울의 핀란드는 영하 40도를 웃도는 추위를 가졌다.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추위이다. 추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번. 히트텍에 모 가디건 혹은 두터운 니트, 그 두꺼운 후리스, 방한 패딩, 귀를 가리는 털모자, 방한부츠, 스키바지나 그에 준하는 방한 바지를 입는다. 아, 장갑도 필수이다. 이 어두운 밤에도 자전거를 타야하는데, 장갑이 없다면 어디도 가지 못한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서, 술을 마시고 동사하는 교환학생 사례가 있었다며 죽지 않으려면 털모자와 장갑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방한은 생존이다!


2번. 펄펄 끓는 물을 듣고 밖에 나가보자. (위의 복장을 잘 갖춘 뒤 나가야함을 잊지말자) 그리고 그 물을 공중에 뿌리면 나도 엘사가 될 수 있다. 물이 즉각적으로 얼면서 눈처럼 떨어지는데, 영하 40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신기한 마술이다. 춥다, 이제 집에 들어 갈래. 그때쯤 속눈썹 위에 입김과 콧김으로 서려진 작은 눈송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날이 좀 풀렸다고 착각했다. 아직 자전거를 구매하지 않았던 터라 시내로 나가려면 걸어가야 하는데 족히 30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게다가 밤거리의 지리는 더욱 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리나와 나는 시내에 마실을 가보기로 했다. 폴리나가 이전에 h&m에서 일했었다며, 자신과 같이 쇼핑을 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폴리나는 러시아 사람인데, 금발에 토끼같은 인상을 가졌다. 그런데 우리 둘 모두 핀란드의 추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두터운 옷을 입고 있는데도 피부에 감각이 없는 듯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추워서 펄쩍거리면서 뛰어야만 했다. 심지어 폴리나는 다리가 살짝 비치는 검정 스타킹을 신고 나오는 바람에 괴로워했다. 핀란드의 추위에 어리숙한 모습을 보니 내가 아직 이방이니구나 싶었다. 


이러한 추위에서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금 떨어져 있는 학교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이다. 한 평생 추위에 익숙해 진 사람들이라 한들, 그들이 영하 40도의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엔 아무도 없고, 주위에 웃도는 건 추운 바람 소리나 별이 깨끗히 보이는 맑은 하늘 같은 것 뿐이다. 추위는 걸음을 느리게 만들어 가까운 학교의 거리도 멀게 만들고, 끼니 때에 맞춰 그 곳에서 밥을 먹는 일은 하루의 굉장한 행사가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족할 만큼 내게 핀란드는 평화로웠다.


학생이라면 오직 1 유로에 밥을 먹을 수가 있었다. 접시 하나를 들고 샐러드와 메인 메뉴 하나를 담아 계산을 하면 된다. 핀란드어가 처음인 나는 무엇이 메인 메뉴인지 사이드 디쉬인지 구분하지 못해 돈을 더 내야했던 적도 있었다. 음료를 마시는 것에는 제한이 없어서 항상 물을 많이 탄 것 같이 맹맹하고 시큼한 크랜베리 쥬스를 두 잔 마시거나 우유를 함께 마셨다. 풍족한 식사였다. 접시에 가득 담긴 음식들을 먹어본다. 처음 먹어보는 견과류나 야채, 요리. 이것들을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것이 익숙한 척 연습을 하는 것이 가끔은 긴장되고 가끔은 재미있기도 했다. 포크로 통감자를 찍어 나이프로 썰었다. 감자, 감자, 감자, 너희는 포테이토 리퍼블릭이야. 같이 식사를 하던 미아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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