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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카 Aug 11. 2018

핀란드 대서사 1  : 300일 눈의 도시

back to 2016 

<핀란드 대서사>는 2016년의 이야기이다. 생에 처음으로 혼자 유럽 땅을 밟아 육 개월 간 지냈던, 지금 보다 어린 내가 쓴 글이다. 핀란드에서의 시간은 소중하다. 처음 핀란드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해가 뜨는 시간이 30분 밖에 되지 않아 온종일 캄캄했다. 무서울 법도 한데, 적막한 어둠에서 이상하게도 안락함을 느꼈다. 그 좋은 예감은 육 개월 남짓의 기간 내내 지속되어 지금의 나를 성장시킨 파란만장한 시절이 되었다. 정리정돈 못하는 내 성격처럼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일기 형식의 글들을 다 끌어 모아 핀란드 대서사로 묶어내어 보려 한다. 




핀란드에 머물게 된 지도 어느새 열 흘은 더 지났다. 어렸을 때 막연히, 언젠가는 해외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겠지하며 떠올렸던 장면이 지금이라는 것에 지금 밟고 있는 유럽의 땅이 어색하고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너무도 바쁘고 빠르게 지나왔고 흘러왔던 지난 이 년이었기에 지금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은 아직 어리둥절하다.


사실 처음 밟은 헬싱키 공항에서는, 그리고 그 후 몇 일 정도는 나는 그저 관광객이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다양한 나라의 유로피언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처해보는 철저한 제 3자의 입장이란 달갑지만은 않았다. 아시안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들만큼 말을 할 수가 없어서일까. 유럽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그간 내 안에 축적되었던 모든 사대주의와 간접적으로만 겪었던 인종차별을 바탕으로 어색하기만 했다. 이것이 과연 피해의식일지 현실일지를 구별하려했다. 


어제는 오울루(Oulu)에 오게 된 교환학생들을 모두 모아서 가까운 산속 산장에 짧은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영어 안에서 완벽한 나로 존재할 수 없음에 대한 답답함과 은근한 소외감을 이유로 얕은 긴장을 하고 있었다.그 때문에 여행 당일 아침은 다소 피곤했다. 


버스에서 내려 볼 수 있는 것은, 300일 정도는 항상 눈이 오는 로맨틱한 오울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무성한 툰드라와 눈밭 그뿐이었다. 눈밭에서 적어도 스무 살 혹은 그 이상 씩 먹은 애들이 순진하게 뛰고 춤추고 먹고 놀고, 너는 나이가 몇 갠데, 라는 말과는 아주 동떨어진, 그런 게임들을 아주 열심히들 하였다. 이를테면 원반 던지기나 술래잡기 같은 것들 말이다.


산장에 들어가 간단한 요기를 하고 다시 이야기를 하고 모닥불을 쬐고. 나는 그 그림안에서 추운나라가 좋다고 핀란드로 나를 보내며 하셨던 아빠가 하셨던 말들에서 당신을 떠올렸고 이곳에 함께 했다면 분명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이곳에 가족과 살면 어떤 느낌일지를 상상했다. 하루동안의 긴장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샤워를 한 뒤 아직은 낯설은 이케아 이불 속에 들어가 누웠다. 오늘을 되돌아보니 차별을 만든 것은 나였으며 현실도 나에게 달려 있을 뿐임을 생각했다. 어쩌면, 이곳 오울루에서의 생활이 아주 명백히도 내 세계관과 가치관을 바꿀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일이었다. 혹독한 날씨와 언제나 밤인 핀란드의 겨울이지만 괜찮다. 아직 모든 것이 여유롭게 느껴진다고 말 할 수 없겠으나 한 끼에 0.88 유로의 풍족한 식사나 앞으로 내게 주어질 핀란드에서의 모든 일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곳은 만으로 나이를 세는 탓에 해가 바뀌었어도 나이를 더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Happy New Year! 2016년을 알리는 오울루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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