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겨울의 진면모를 알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라플란드로 가라
핀란드의 라플란드는 사람들이 꿈꾸는 동화의 겨울 나라와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라플란드의 매력은 뚜렷한 대비 현상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여름에는 24시간 태양이 떠 있는 백야 현상이 나타나고 겨울에는 하루 종일 태양이 뜨지 않는 날이 이어집니다. 북적거리는 도시와 스키 리조트에서 몇 분 만 가면 황무지의 평화와 고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는 핀란드 공식 관광사이트인 Visitfinland.com 에서 제공하고 있는 라플란드의 소개이다. 핀란드 라플란드의 환상적인 겨울 면모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 고민스러웠다. "신비로움", "아름다움"의 수식어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 표현마저도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환상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북극에서의 3박 4일을 꿈처럼 보냈다. 오울루(Oulu)에서 케미(Kemi), 아이슬란드보다 더 높은 위도에 자리한 모니오(Muonio), 산타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까지. 핀란드에서 만난 체코, 슬로바키아 친구들과의 짧은 여행은 3년이 더 된 지금에도 적어내리는 긴 이야기, '핀란드 대서사'라는 제목에 걸맞는 신비한 여정이다.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지 두 달 정도 된 2016년 2월이었다. 열 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계획했다. 두 대의 차를 빌려 다섯 명씩 나누어 타고 장작 여섯 시간의 주행을 하는 라플란드로의 로드트립 여정이었다.
네 명의 한국 친구들과 두 명의 체코친구, 세 명의 슬로바키안, 그리고 한 명의 러시안을 태우고 차는 출발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모니오(Mounio)에 위치한 산장이었다. 모니오는 아이슬란드보다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웨덴 국경이 맞닿은 도시이다. 핀란드 중앙에 위치한 오울루에서 출발하여 모니오로 가는 길에 다른 두 도시에 들르게 되었다. 케미(Kemi)와 로바니에미(Rovaniemi)였다.
케미에 내려 유명하다는 얼음성을 구경하러 차에서 내렸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얼음성은 화려하지는 않았다. 이미 태백 눈꽃 축제 등의 행사에서 한국의 기술력으로 쌓은 얼음조각이나 눈 조각상들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케미 얼음성은 볼만했으나 어설펐고 환상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케미에서 기억에 남은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래와 같다.
1) 라도가 누런 색의 눈을 보며, 우리엄마가 어릴 때 부터 "Never eat the yellow snow(절대 노란 눈을 먹어선 안돼)"라고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노란 눈은 누군가 오줌을 싼 눈이기 때문이다.
2) 얼음성 안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의자와 식탁이 있었다. 심지어는 얼음 침대와 털배게도 있었다. 그 얼음 가구들에 앉았다가 일어나면 그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났다. 마치 마법처럼 혹은 마치 누가 방구 뀐것 마냥 말이다. 내가 앉았다가 일어났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이봐, 뒷정리는 잘하고 와야지" 하고 말했다.
케미 얼음성은 여행지라기 보다는 아주 완벽한 관광지의 모습이었다. 얼음성 입구에서 탈옷을 입고 우리를 반기던 얼음성의 캐릭터 마스코트, 눈으로 만들어진 얼음 슬라이드,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원색의 조명과 얼음 조각상들. 관람 후에 얼음성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그런 기억들을 남길 수 있는 곳 말이다.
우리는 다시 차에 타 로바니에미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여행이 내 젊은 날의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자리잡을지는 몰랐다. 다만 끝없이 펼쳐지는 알 수 없는 하얀 눈길과 당시에 히트곡이었던 "I took a piil in Ibiza" 가 라디오에서 끝없이 나오는 묘한 느낌이 신비롭기만 했을 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