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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빠르다, 빠른 것은 비행기?

아, 옛날이여!

by 박지욱


최근 외신은 엔런 머스크가 시속 1200km 의 초고속 열차인 '하이퍼루프'개발에 뛰어들엇다고 보도했다. 비행기보다 빠른 기차가 나온다면, 항공산업은 그야말로 사양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선박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기는 하고, 고속열차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는 부산~후쿠오카 노선에서 벌어진 여객선과 여객기의 치열한 경쟁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기차와 비행기의 대결이다.


국외적으로는 부산~후쿠오카에서 배와 비행기가 혈투를 벌이지만 국내적으로는 KTX 와 항공사들 사이에 경쟁을 벌인 것 우리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경부선 KTX 가 전구간 개통된 것은 2010년 11월이다. 이후로 항공사들의 국내선 내륙노선(즉, 제주 노선 제외란 말)은 그 이전에 비해 무려 30% 가량이 승객을 KTX에 빼앗겼다. 경부선 하늘길의 경우 비행기는 50분, KTX는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공항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과 공항 수속 및 대기 시간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으니 KTX 가 편리하다.


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런던~파리 하늘길 직선거리는 344km로 서울~부산 하늘길 직선거리 325km 보다 가깝다. 비행기로는 한 시간 걸린다. 하지만 국제선이므로 출발 2~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며, 도심에서 공항까지도 1시간씩 소요된다.


두 나라를 연결하는 해저턴널의 건설과 동시에 1994년에 개통된 유로스타는 두 도시의 심장부를 2시간 15분에 연결한다. 열차는 항공편에 비해 화물규정도 덜 까다롭고, 시간도 잘 지키며,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고, 공간 활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그래서 유로스타에 승객들을 많이 빼앗겼다.


하지만 좀 더 먼 도시, 이를테면 기차로 서너 시간 걸리면 비행기가 나을까 기차가 나을까? 시간이 곧 돈인 비지니스맨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대략 4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단다. 다시 말하면 열차로 4시간 걸리면 열차를 타고, 그 이상이 걸리면 항공편을 선호한단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했다. 새마을호가 4시간 50분을 주파할 때는 서울~부산의 항공 수요도 많았다. 하지만 KTX 의 개통으로 2시간 40분으로 줄어들자 항공편이 절대적으로 불리해진 것이다. 서울~대구에 KTX 가 1차 개통되었을 때 김포~대구 국내선 하늘길의 문은 닫혔다. 하지만 2단계 개통으로 서울~부산 국내선이 단항되지는 않고 있으나 승객은 무려 30%나 격감했다. 2015년 봄에 호남선 KTX 가 개통되자 서울~호남 항공 노선의 승객 수는 3개월 동안 37% 격감했고 탑승률도 30% 선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적자를 겪엇다. 하는 수 없이 항공사들의 운항 편수를 줄일 수 박에 없었다.


하지만 국내의 저가항공사들이 공동으로 KTX 를 견제하는 마케팅을 펼쳐 역으로 향하는 승객들을 공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항공사들은 평일 김포~김해 노선의 운임을 모두 포함하여 54,000 으로 판매하는데 KTX 요금보다 무려 20%나 저렴하게 제공했다. 김포~광주 노선도 KTX보다 12% 싸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구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서울과 대구, 포항, 광주 노선이 점파 페쇄나 감편되는 상태이다. 국내 내륙 노선인 경우 항공사들이 KTX 를 이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KTX.jpg KTX 여수역. 서울 용산역 가는 첫 차. 박지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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