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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vion

카라코람을 날다

비행기로 날아가는 지구의 이마

by 박지욱

비행기 창 박의 풍경이 산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이면 비행기가 낮게 나는 경우가 보통이다. 보통 이, 착륙 때 겪는 일이다. 하지만 국제선 순항 고도인 11~12km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 창 밖으로 산이 가깝게 보인다면, 정신을 번쩍 차리고 벌떡 일어날 일이 생긴 것이다.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 낮게 날거나 아니면 아주 높은 산을 스쳐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탄 비행기가 중국, 파키스탄, 인도의 접경지을 통과한다면 아마 ㄱ십중팔구는 세상에서 두번 째로 높은 산맥인 카라코람을 통과하는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들은 카라코람 산맥 Karakoram 이다. 인도, 파키스탄, 중국이 국경선을 맞닿은 곳에 있고 서쪽으로 뻗어가면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산맥이다. 히말라야 다름으로 고산준봉들이 즐비한 곳으로 7,500미터 이상의 봉우리만 8개, 그 중 절반은 8,000미터 급이다.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높은 K2는 히말라야가 아닌 카라코람 이곳에 있다.

영구 동토인 만년설이 북극 다음으로 많은 곳이 카라코람으로 극한의 기후 환경 지역이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이 곳을 통해 인도(지금은 파키스탄)와 중국을 연결했던 길이 있어 카라코람 길 Karakoram Pass이라 불렀다. 아마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천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통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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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를 떠난 인천행 여객기가 이란을 거쳐 아프가니스탄 국경선을 피해 파키스탄 쪽으로 날아가 2시간 20분 정도 지나면 카불과 이슬라마드의 중간 정도에 있는 페샤와르를 통과한다. 잠시 후면 평지가 조금식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변하는데 바로 카라코람 상공에 집입한 것이다. 고도는 37,000피트(11~12킬로미터) 이제 인적은 물론이고 주변을 나는 여객기도 드문 외딴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하늘 중 하나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40분 동안 눈 아래로 카라코람의 웅장한 비경이 펼쳐진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 가보고 싶은 그 땅, 외국인들은 출입이 제한 되는 국경의 산들을 비행기 안에서 편하게 내려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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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은 티벳 고원의 북쪽이자 파미르 고원의 남쪽에 있으다. 이 말은 좌측에 앉으면 멀리 힌두 쿠시를, 우측으로 앉으면 히말라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에미레이츠항공을 이용한다면 현지로 아침 시간이니 해를 피해 좌측에 앉는 것이 좋겠다. 아주 높은 하늘에서 해를 직접 보는 것은 눈에도 해롭고 사진으로 창밖 풍경을 남기기도 어려우니까. 카라코람이란 튀르크 어로 '검은 자갈'이란 뜻이다. 이름만큼이나 이국적이고 거친 산세가 보인다. 해발 칠팔 천 미터에 이르는 높은 봉우리들은 만년설로 뒤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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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 지역을 통과 비행하는 시간은 40~50분 정도다. 그 절반 정도는 평지로부터 시작해 산들이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나머지 절반은 산들이 낮아진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사막으로 이어진다. 타클라마칸 Taklamakan 사막이다. 지구 상의 내륙지 중 바다에서 가장 먼 땅, 타림분지에 잇는 사막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이다. 하늘에서 사막을 보는 경험도 쉬운 일은 아니니 정신을 번쩍 차리고 마음껏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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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의 인천 출발편(EK321)은 한 밤중에 지나므로 되돌아 오는 비행기(EK322)에서만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히말라야를 넘어가는 여객기 항로는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이 구간이 여객기로 넘어가는 가장 높은 산맥일 것이다. 평생 한 번 올까말까하는 드문 일이다. 만약 아주 피곤한 상태라면(대부분 두바이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으니) 이륙후 2시간 동안은 휴식을 취하다가 깨어나서 한 시간 정도 비경을 바라보면 좋겠다. 평생 남을 감동과 소중한 추억을 꼭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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