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 해 국내 15개 공항을 이용한 탑승객 수는 1억 4천 300만 명을 넘었다. 이제 비행기는 보편적인 여행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필자가 사는 제주공항을 드나든 승객 수만해도 3천만 명에 가깝다. 제주 노선은 특별히 가족 단위의 탑승객이 많은데, 그 중에는 갓난 아기들도 많다.
저출산이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 갓난아기의 해맑은 미소는 물론이고 칭얼대는 울음소리마저 반갑지만, 비행기 안에서 쉬지 않고 보채는 아기라면 사정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아기 울음 때문에 벌어진 난투극으로 기내가 아수라장이 된 경우도 있어 항공사들도 ‘우는 아기’를 달랠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울음보가 터진 아기에게 쏟아지는 주위의 따가운 눈총은 당장 보호자들에겐 발등의 불이 되기도 한다. 도대체 왜 귀여운 우리 아기는 비행기만 타면 울까?
비행기에서 아기들이 우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낯선 환경과 많은 사람들 그리고 객실에서 나는 냄새와 소음이 아이들을 괴롭힌다. 더하여 한랭건조한 객실 공기와 장시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객실의 낮은 기압 때문에 아기들은 배가 빵빵하고 귀까지 아플 수도 있다. 그래서 아기들은 참지 못하고 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운항 중인 비행기의 객실 기압은 정상 1기압보다 20% 정도 낮은 0.8기압 정도다. 이 기압 차이 때문에 우리 몸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겪는다. 건강한 성인도 귀가 먹먹하거나 배가 부글거리는데, 적응력이 부족한 아기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는가?
객실의 저기압
비행기의 견고한 출입문이 닫히고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하면 객실 압력은 슬슬 내려가기 시작하고, 음료수 서비스를 시작하는 순항 고도에 이르면 어느덧 0.8기압이 된다. 이때를 맞추어 기압 적응에 도움이 되라고 음료수가 나오는 것이다(!). 물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성인들과 달리 우리 귀여운 아기들은 상당한 스트레스에 빠질 시간도 이때다. 특히 아기들이 자지러지듯 울기 시작한다면 압력 저하로 인한 귀 통증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귀는 고막을 기준으로 외이(外耳)와 중이(中耳)로 나뉜다. 외기와 연결된 외이와 코와 연결된 중이는 정상적으로는 압력 평형을 이룬다. 중이에 공기를 공급하고 압력을 조절해주는 것은 유스타키오관으로도 불리는 이관(耳管)이다. 성인들도 종종 감기에 걸리면 이관의 입구가 막혀 귀가 먹먹해지는데 이때는 코를 잡고 바람을 안으로 불어넣으면 귀가 뻥 뚫리게 된다. 하지만 아기들은 이관이 아직 미숙해 압력 조절이 어렵고, 어른처럼 스스로 바람을 못 불어넣어 귀가 아픈 것이다.
왜 객실 기압을 낮게 유지할까?
기내 압력을 1기압으로 유지한다면 애어른할 것 없이 이런 문제로 고생하지 않을 텐데 왜 항공사들은 압력을 낮추고 비행할까? 경비를 아끼려고? 설마! 그 이유는 놀랍게도 비행기가 기압에 너무 약한 탓이다. 제트기가 나는 하늘의 기압은 대략 0.2~0.4 기압 정도인데, 객실을 1기압으로 유지하면 높은 하늘에서는 상대적으로 비행기가 부풀어오르는 힘이 생겨 동체에 금속 피로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가능하면 기압차를 줄이려고 기압을 낮추는데, 승객들의 불편감도 없어야 하므로 적정선으로 제시된 것이 대략 0.8기압이다. 하지만 이 기압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다로운 탑승객이 있으니, 바로 우리 귀여운 아기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기들에겐 극한 환경인 항공 여행을 견디는데 도움이 될 방법은 무엇일까? 기압 조절이 시작되는 이/착륙 중에 젖을 먹이거나 뭔가 빨게 하면 이관을 강제로 작동시켜 압력 조절에 도움이 된다. 탑승 전에 살짝 굶기면 잘 빨 것이다. 감기 등으로 이통(耳痛)이 불가피하다면 의사와 상의하여 이/착륙 30분 전에 진통제를 먹인다. 하지만 진정 목적의 항히스타민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온을 고려해 따뜻하게 입히고 재미난 장난감을 가져가면 아이들도 스트레스 없는 여행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