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랩소디 사기극
최근들어 인간의 몸과 마음은 더욱더 나약해지고 병들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풍부한 먹거리에 우리의 몸은 과다 영양으로 신음하고 있다.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하여 인간성 상실, 물질 만능주의 그리고 과격한 경쟁에 마음이 점점 병들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날카롭고 차디 찬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태풍 같은 외부 시련에 방향성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자신만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도 이러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번번이 쓰러지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했던 나만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나는 심리 전문가는 아니다. 그 흔한 심리학 책 한 번 읽어보지 않았다. 너무 이론적인 얘기를 읽으면 바로 싫증이 나기도 했다. 크게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멘탈 부여잡기’가 취미이자 특기였다. 멘탈 부여잡기의 핵심은 강함이 아니라 유연함이라고 생각한다. 강하면 꺾이기 쉽다. 오뚝이처럼 벌떡벌떡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병원을 멀리했던 것 같다. 크게 아프거나 입원을 했던 적도 한 번 없었다. 아주 튼튼하거나 건강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오래전 치과를 가서 처음으로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느껴졌다. 나중에 입속 가득 고여있는 이물질을 뱉었을 때 많은 피가 섞여 나왔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나의 고통은 그리 크지 않았었다. 나에겐 고통을 승화시키는 나만의 스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시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무엇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건 바로 내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파라솔에 파란 하늘을 보며 누워있는 상상이었다. 그 해변에서 차갑고 청량한 하와이안 맥주 한 모금을 쭉 들이키는 상상까지 했다. 당시 가장 즐거운 생각을 해보기로 했는데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하와이였다. 치과의 창문을 통해 볕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여긴 하와이다. 고통보다 더 한 꿈의 세계로 나아가 갔다. 내 입속에 치료를 위한 물과 액체를 빨아드리는 호스가 시끄러웠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빨리 치료가 끝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인생에서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한 생각을 한다면 이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인생의 모든 순간을 다른 무엇으로 세뇌시킨다면 그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나는 나를 끝임없이 세뇌시키기로 했다. 세뇌란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 어쩌면 우리를 구원할 새로운 뜻으로 쓰여야 하지 않을지. 나에게 체면을 걸듯 내가 살아가면서 되뇌이는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해 봤다.
지금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