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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법칙 : 신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자책하며 아파하지 않기

by 애들 빙자 여행러

사회 초년생 시절. 나는 벤처기업에서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체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믿었다. 실제로 각종 경쟁 PT, 경쟁입찰 등 나는 내가 꼭 이루고 싶은 일에서 한 번도 미끄러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났다. 그때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저 일을 꼭 수주하고 싶었다. 그 회사는 중견 무역회사였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전화나 팩스 등 수작업으로 업무를 진행했는데 이제는 인터넷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싶다고 했다. 업무의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상품의 종류가 다양했고 실제 자금의 입출금을 확인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부분도 존재했다. 당시 다니던 회사가 어렵기도 했는데 수주한다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당연히 나의 승리가 될 줄 알았는데 그만 최종 선정에서 탈락했다. 순간 어지러울 정도의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상대방 회사에서 저가로 밀고 들어와 수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신-나는 당시 별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을 원망했던 것 같다.


“하늘이시여, 진정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간절히 바라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건지요?”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났다. 그 날은 어려운 회사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무작정 길을 걸었다. 걷다가 우연히 상대방 경쟁 회사의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안부를 물었다. 그의 얼굴은 까맣고 긴 한숨이 배어 있었다. 그는 내게 그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프로젝트 범위가 매우 넓어 그 비용으론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오히려 나에게 그때 수주하지 않은 것이 행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비아냥이나 가식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깊은 빡침과 나에 대한 부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혼자 되뇌었던 것 같다.


“하늘이시여, 당신은 내가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끔 나를 희망의 세계로 인도하신 건가요? 당신은 진정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선견지명으로 그 거대한 위험으로부터 저를 구원해 주신 건가요?”


몇일만에 신에 대한 나의 태도가 이렇게 극과 극으로 바뀌다니 한편으론 내가 한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참으로 우스운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내가 처음부터 이런 태도를 취하고 냉정하게 대처했다면 타격감에 휘청이지도 답답한 마음에 길거리를 헤매지도 그리고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은 언제나 내가 잘 성장하게끔 때로는 시련을 때로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언제나 생각해 주시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든 선택과 결과의 상황에서 나의 미래는 밝고 신은 언제나 나의 편이라고 생각한다면 실망할 일도 기뻐하고 자만할 일도 없을 것이란 생각. 언제나 자신을 이렇게 세뇌시킨다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아파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세뇌의 제1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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