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에 확신없는 사람을 위하여

세뇌의 기술 열 번째 이야기

by 애들 빙자 여행러

나는 결혼을 늦게 한 편이었다.

당시 내 나이 39살이었다.


40살을 넘기고 싶지 않아 절실(?)한 부분도 있었을 수도 있다. 최근 결혼 적령기란 것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더욱 늦어지고 있는듯 하다.


요즘은 술을 마시는 회식이 어색하긴 하지만 예전엔 정말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젊은 동료들에게 꼰대 선배로 보이지 않는 방법 중에는 요즘 유행하는 영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나 특히, 사랑이나 연애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건데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 집중을 하며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곤 한다.


나는 젊은시절 소개팅을 100번은 한 것 같다. 요즘도 그렇지만 골드미스보다 노총각 수가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언제부턴가는 소개팅이 여기저기서 들어왔던 것 같다. 주말이면 새로운 만남을 가지는 것이 일상이었고 어떨때는 예전에 소개팅했던 사람을 다시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적도 있었는데 서로 놀라 웃음짓기도 했다.


그렇게 밥 먹듯 소개팅을 했어도 나는 쉽게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당시 선배님들은 결혼이란 10개 중 하나라도 공통점이 있고 맞는 부분이 있으면 된 것이라 말했다. 허나 나는 10개 중 9개가 맞더라도 1개의 차이를 발견하면 고민스럽고 쉽사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두려웠던 것도 같다. 인생에서 한 번인데 잘못 선택하면 어쩌지? 가슴 저리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그런 것을 찾아 다녔던 것도 같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잘 맞는 부분이 대부분이었지만 한두가지 성향이 다른 지점들이 분명 존재했었는데 나보다 아내가 더욱 혼란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


“나도 두려워요. 미래의 우리가 어찌될지는 누구도 모르겠죠. 그런데 저는 당신을 선택해 보려고 해요. 미래가 두려워 다가가지 못하는 것 보다 우리가 용기있게 다가서서 미래를 함께 헤쳐나가보면 어떨까요? 당신의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 볼께요. 사랑해 보지도 않고 머리로 이해하려하지 말자구요”


아내는 이런 말을 지금은 잘 기억을 못하는 것도 같은데. 내 기억에 아내는 이후로 변화가 찾아왔었다. 뭔가 방어적이고 고민스러웠던 상태에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여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런 말하는 것이 지나고보면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세뇌시켰던 같다. 뭔가 고백하고 진심을 말하는 것이 어려워보여도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언제가 후배가 자신의 현재 아픈 사랑의 얘기를 털어놓았을 때는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가슴저미고 힘겨운 사랑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할 시간도 많지 않은데 서로 가슴 앓이 하느라 헛된 시간 보내는 것보다 즐겁고 편안한 사람과 한 평생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지”


당신은 미래라는 힘겨운 산을 함께 오를 동지가 옆에 있습니까.

그 길 위에서 그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그 길이 힘겨워도 함께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발걸음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keyword
이전 10화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