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깃털 일상 28화

부끄러운

솔직한 마음.

by 날옹


처음에는 그냥 소소하고 가벼운 내 일상을 간단한 그림으로 기록하자는 정도였다.

마침 쉬고 있어서 시간은 넉넉했고, 브런치에 올라오는 다른 글과 그림들을 여유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반은 부러움 반은 순수한 독자의 심정으로 많은 글을 보았다.

다들 가진 능력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당장 책을 내도 되겠다- 싶은 글도 많았고,

심지어 글도 잘 쓰는데

그림까지 잘 그리는 능력자들이 넘쳐났다.

사진들은 모두 아름다웠고, 분명 같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표현하는 것 들은 전부 지적으로 느껴지고 삶의 철학이 확고해보여서 감탄했다. 또 다른 모든 sns를 합치자면 나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는 인간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내 일상의 기록이 하찮아졌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내 그림일기를 지나가는 누군가가 봐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좋아해주면 더 감사하고. 뭐 내 자기만족적인 게으름 타파의 한 가지 방법 정도로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런 걸 여기 올려도 될까? 너무 가볍고 생각 없어 보이지 않나.' '누가 공감해 주겠어.' 부터 점점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내가 올리는 모든 것들이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평범하게 그림일기를 그리겠다는 시도가 왜 이렇게 변질됐는지는 나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잘 보이고 싶어졌었나 보다.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원하던 것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고 좋아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에 혼자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깎아내리고 있었다.


하...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무언가 의욕이 생겨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다 결국 능력 부족을 이유로 부끄러워 다 포기해 버렸다는 것을.

그냥 편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것을 더 좋게 발전시키면서 즐겁게-란 목적이 비교라는 부끄러운 이유로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을.

문제는 나라는 걸!



그래서 써두었다가 나중에 읽을 용기도 나지 않을 부끄러운 속 이야기를 용기 내어 올려본다.

공개적으로 올린다지만 친구가 이 글을 내 앞에서 읽는다면 그 친구의 눈을 찌를지도 모르겠다.

아마 올리고 나서도 한참을 두려워서 못 읽다가 클릭해서 글을 보게 되는 날이면 이불이 찢어지도록 옆차기를 하겠지만.(주먹으로 벽도 칠 거다)



이 패턴이 지겹도록 돌고 돌아서 멀쩡하게 정신 차리고 일하다가도 또 같은 병이 도져서 땅굴 파고 들어가 있을 날 위해서 남겨야겠다.

'또 시작이야? 너 이때도 그랬어.'

보고 정신 차리라고.

그리고 기운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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