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zzy Lee 리지 리 Oct 05. 2021

카타르에 도착한 날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Nothing last forever, even your problems





꿈꾸던 승무원이 되었었고 꿈에 그리던 출국날이 되어 137kg 수화물에 한국의 모든 짐을 갖고 도하로 떠났다. 차 두 대로 인천공항을 도착해 이민 가방, 캐리어, 박스들 등 총 10개의 수화물을 체크인했다. 옷으로 감싸진 밥솥에 추운 지역 비행을 대비한 전기장판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샤워필터, 스타킹 등 앞으로 승무원 생활 1년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챙겼다. 도착해서도 오래 살 줄 알았기에 가구, 식물 등을 구매해 집을 꾸몄다. 지금 이렇게 한국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채.


*새로운 조이너에게 +100kg 추가 무료 수화물을 제공해준다.



Incheon, South Korea

인천공항에서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들어가 탑승 전 자유롭게 혼자 면세점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타르항공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크루가 옆에 보여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는 오늘 조이닝을 한다고 했다. 앞으로 트레이닝을 받고 승무원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메이크업을 사려고 했기에 현직 승무원의 추천을 받았다. 카타르항공의 메이크업엔 필수 다섯 가지가 있다.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립, 네일, 브러시 이 다섯 가지는 필수 디폴트라고 보면 된다. 트레이닝 중 매일 하는 그루밍 체크 시간에 이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지적을 받고 스태프 넘버가 적힐 수 있다.



그루밍 체크에선 베이비 헤어 하나 튀어나온 것, 치마 주름, 구두 위 먼지, 손톱, 피부 상태 등 철저하게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그루밍 체크는 아주 쉬운 것이었고 매일 시험 보는 안전, 보안 관련 내용들이 인텐스 했다. 엄격한 카타르항공에서 그루밍 규정상의 립 컬러 색을 발라야 했기에 앞으로 많이 사용할 레드, 버건디, 핑크 색의 립을 면세점에서 구매하려 했다. 친절하게도 면세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필리핀 크루는 이 모든 메이크업의 좋은 브랜드들을 추천해주고 나의 좌석을 묻고는 이따 비행기에서 보자며 떠났다. 순간이었지만 나도 그녀같이 밝은 에너지를 뿜는 크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면세점 쇼핑을 끝내고 탑승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처음 타 보는 카타르 항공을 창가 좌석에 앉아 즐기며 미리 전달받은 공부해야 할 것들과 미션과도 같은 숙제들을 하고 있었다. 어메니티 키트(amenity kit) 안에는 무엇 무엇이 들었는지 등의 쉽고 재밌게 카타르 항공을 알아갈 수 있는 미션들이었다. 승객으로 탑승을 했지만 카타르 항공의 승무원의 시작으로서 스태프 체크인을 하고 옷도 정장을 입은 상태로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 카타르항공!



그런데 그 면세점에서 만났던 필리핀 크루 J가 나에게 찾아왔다. 자신은 F1 크루라서 내가 앉은 이코노미가 아니라 비즈니스 클래스를 담당하고 있어 이제 쉬게 되어 나를 보러 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7년째 열정이 넘치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비행기 투어를 시켜주었다. 여기는 갤리, 화장실이야~ 나도 아는 것들이었지만 J의 친절한 투어에 녹아 따라다니며 비행기 안을 둘러보았다. 갤리에서 만난 다른 승무원들에게 나를 오늘 조인하는 뉴 조이너라고 소개하며 모두의 응원을 받았다. 그리고 J는 나에게 은밀하게 말하며 이곳은 원래 들어올 수 없는데 보여주는 것이니 조용히 오라고 하며 비즈니스 석으로의 커튼을 지났다. 그리고 쭉 들어가니 파일럿이 있는 곳의 입구도 보여주었다.

*F2 crew : economy 담당

F1 crew : first class 담당, F2에서 승진 후 될 수 있다.



실제 트레이닝에선 파일럿의 자리도 앉아보고 칵핏(cockpit)에서 비상시 작동해야 하는 것들을 배웠지만 이렇게 몰래 들어가 보는 것부터 정말 흥미롭고 재밌었다. J는 나의 기내에서 해야 하는 과제들도 도와주고 자신의 번호를 주며 도하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하라고 했다. 트레이닝 중 현직 크루를 인터뷰해서 글을 써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J에게 연락해서 쓸 수 있었다.



J 뿐만 아니라 다른 크루들도 놀랍도록 친절했다. 아시안 베지터리안 특별식을 시킨 나는 특이한 향신료 향이 나는 따뜻한 야채와 콩 음식을 보고 특별식을 시킨 것을 후회했다. 다른 크루는 일반식과 간식도 추가로 주었다. 다들 나의 조이닝을 돕고 응원하려는 마음이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느 숙소와 배치에 배정을 받고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Doha, Qatar

드디어 도하의 허브 공항인 하마드 인터내셔널 에어포트(hamad international airport)에 착륙을 했다. 일단 큰 카트 두 개에 10개의 수화물을 찾아야 했다. 40리얄 또는 10달러를 내면 공항의 벨보이 같아 보이는 직원이 카트의 짐을 하나의 거대한 호텔에서 볼 것 같은 큰 이동체에 넣어 도와준다. 그리고 공항에서 바로 카타르항공 직원을 만나 크루들은 줄을 서 2000리얄의 웰컴 머니를 받았다. 한화로 63만 원으로 월급 외에 추가적으로 주는 현지 돈이었다.


Welcome money at Hamad International Airport



웰컴 머니를 받고 한 명 한 명 배치 넘버, 스태프 넘버, 그리고 숙소를 배정받았고 그 숙소 이름을 우리의 짐에 적어야 했다. 내가 배정받은 숙소는 바로 제논(Zenon)이었다. 주변에는 알 자심, 알 만수라, 라마 등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이름만으로는 숙소가 어떨지 예측을 할 수 없었다. 난 온 짐에 제논이라고 태그를 달고 박스에는 매직으로 제논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짐들은 숙소의 내가 사용할 플렛 바로 문 앞에 배달을 해준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무거운 짐들이지만 다른 직원들의 도움으로 내 방문 앞까지 순간이동이 되어있었다.




Airport to Zenon in Doha


간단한 기내에서 들었던 가방만을 들고 크루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야자수들을 지나 사막의 느낌이 드는 건물들을 지나 알 수 없는 '만수라'라는 동네에 도착한 것이다. 배정받은 숙소 제논으로 가 하우징 담당자를 만났다. 하우징 관련 서류들을 주고 내가 살 플렛을 안내하며 방을 소개했다. 키로 여는 문을 지나 넓은 거실을 지나 보여준 내 방은 삭막했다. 그리고 페인트 냄새가 진동을 해 바로 창문을 열려고 했으나 창문이 고장 나 열리지 않았다. 창문이 열리더라도 모래와 먼지가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보여준 넓은 화장실. 환풍기가 안 돌아간다. 원래는 내가 회사 직원 사이트에 들어가 메인터넌스에게 어디를 고쳐달라고 요청해야 하지만 첫날이라 하우징 매니저가 대신 불러주겠다고 했다.



하우징 매니저는 설명을 끝낸  떠났고 메인터넌스를 기다리는 나는 거실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신기한 웰컴 선물들에 혹한 마음도 잠시 과연 내가 이곳에   있을까 생각을 했다.  앞에 쌓인 짐들을 풀어야 하나도 고민했다. 다시  갖고 한국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순간 마음은 여기  살겠고 돌아가고 싶었다. 나의 플렛에는 와이파이도 없었기에 핸드폰도 사용할  없어 정말 사막 한가운데 혼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서류상에 있다고 나오는 나의 하우스메이트인 중국인 크루의 방은 잠겨있고  적이 없다.  며칠은 비행을 갔나 했지만 알고 보니 중국으로 명절날 휴가를 갔다가 코로나고 중국에 갇혔다고 들었다. 그래서   집을  혼자 사용을 했고 중국인 하우스메이트는  번도  적이 없다.



나의 구세주 메인터넌스 아저씨가 도착했다! "아저씨 창문이 안 열려요. 환풍기가 고장 났어요. 그리고 와이파이가 없어서 핸드폰을 쓸 수 없어요." 하며 도움을 청했다. 나보다 일주일 전 조인한 친구의 현지 번호를 알고 있어서 아저씨에게 핸드폰을 빌려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알렸다. 도착을 잘했고 집을 고치고 있고 와이파이가 없다고. 그 친구는 다른 동네에 살았고 두 명의 플렛 메이트 그리고 와이파이도 있었다. 회사에서 받은 카타르의 통신사인 오레도(ooredoo) 칩에 충전된 데이터 조금을 쓸 수 있었는데 작동하는데 약 10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메인터넌스 아저씨가 기름칠을 해서 창문을 마법처럼 열리게 하고 새로운 환풍기를 가져와 교체해 주셨다. 게다가 내가 달려고 했던 샤워필터까지 설치해 주고 다른 고칠 것들도 언제든 고쳐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간식들이 들어있는 박스를 뜯어 고구마 말랭이와 에너지바를 드렸다. 이 베트남에서 오신 메인터넌스 아저씨 덕분에 집의 몇몇 문제들을 해결되어 창문이 열렸고 나의 마음도 조금 열렸다. 메인터넌스는 24시간 같은 건물에 상주하며 수리, 설비 모든 문제를 담당하며 바로 고쳐준다. 첫날부터 친해져 온라인에 정식적으로 신청을 하지 않아도 키친의 수도가 안 내려갈 때,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을 때 그 아저씨께선 바로 나의 요청을 받아 고쳐주셨다. 트레이닝을 오가며 매일 지나가며 그 아저씨와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할 때마다 항상 싱그럽게 웃어주는 그 아저씨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첫날 아저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고장투성이의 낡은 집에서 난 더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페인트 냄새가 나는 방의 환기를 시켜놓고 넓은 마루에 이어진 발코니를 열었다.  마이 . 충격적 이게도 비둘기 똥과  천지였고  속에 비둘기 새끼들 같아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류를 동물로서 좋아하는 나지만 충격과 공포로 너무 당황해 집에 있는 공용 전화로 시큐리티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아저씨 베란다에 무언가 있어요. 비둘기 시체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같기도 해요." 시큐리티 아저씨가 올라와 상황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는 비둘기 새끼들이라며 그대로 안아 들고 옥상으로 옮겨 날아가게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만질 생각도   없이 끔찍했는데 시큐리티 아저씨는 분명 거북했을 수도 있는데 새의 생명을 살리고 나의 발코니도 살렸다. 고마운 마음에 로비를 지나갈  아저씨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홍삼 스틱 하나를 드렸는데 엄청 좋아하셨다.

"This Korean ginseng will give you power!"



24시간 로비에 계시는 시큐리티 아저씨 또한 너무 순수한 미소를 갖고 있는데 도하 사는 내내 나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시는 분이었다. 코로나로 숙소에 갇혀 있을 때도 장을 보고 들어오며 일층 로비에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눴다. 우간다라는 나라에서 카타르로 와 산다는 것, 그리고 우간다의 넓은 평지에서 러닝을 하는 모습, 폴더폰으로 보여주는 우간다에 있는 어린 여동생의 사진 그의 진실됨이 너무나 따뜻했다가도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도 마지막 날까지 도와준 감사한 제논의 나의 천사 시큐리티 아저씨 A이다.



아무리 낡은 건물이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따뜻한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기에 첫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나의 물건들과 도하 현지에서 사 온 물건들로 방을 꾸몄다. 삭막했던 방이 편안해졌고 내 방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집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쌓였다.



첫날에는 내가 이런 곳에서 살려고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승무원 준비를 했나부터 시작해 이 짐을 풀지 말고 한국으로 돌아갈까까지 생각을 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소파에 누워 생각에 잠겼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인데 지금 문제가 있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괜찮다. 지금 있는 문제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하며 나의 마음을 다스렸다. 그런데 정말 그 문제들은 지나갔고 다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직면했던 나에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누군가 당신을 도와줄 천사가 어디선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열악한 상황이라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 힘이 있다. 이것은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려는지의 의지와 희망에 달려있다.



그러니 지금 삶에 문제가 있더라도 괜찮다.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고 지금 있는 문제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희망을 갖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차분히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 보자. 그러다 보면 당신도 모르게 그 문제로 인해서 얻은 소중한 인연들과 감사함에 마음이 뜨거워질 것이다.



Everything in life is temporary. So if things are

going good, enjoy it cause it won't last forever. And if things are going bad, dont't worry.

It can't last forever either.




Hope is being able to see that there is light

despite all of the darkness.




이전 05화 승무원을 포기했을 때, 삶은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