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에서의 삶이 이 주가 남았다면
What if your life has 2 weeks left in Korea
출국 2주 전, 그저께 약속 4개를 다녀왔다.
시드니에서 만났던 에미레이트에서 오래 일하고 온 언니와 처음 요가를 시작했던 곳의 선생님. 아일랜드 대사관의 외교관님 그리고 작가 친구.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영감과 응원을 해주던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해방촌, 이태원을 누비고 왔다. 오늘은 광화문과 북촌을 가는 중이다. 아일랜드에 살 때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를 곧 만난다. 한국에 오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진짜 오게 되다니 무슨 일을 하던 새로운 문화의 환경에 산다는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른다.
이렇게 막상 약속을 잡아 놓고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가기는 귀찮지만 또 오랜만에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 볼까 하는 생각에 가는 길이 설레고 기분이 좋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아침 지하철에서 작년 브런치 북 출판 대상을 받고 출판을 한 나와 동갑인 정지음 작가님의 책을 읽었다.
젊은 ADHD의 슬픔을 읽으며 나도 ADHD인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다가도 어쨌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각하고 읽어 내려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다가 책을 덮고 밖의 경치를 보며 가을 단풍을 바라본다.
내가 살던 서울 후암동, 남산 밑자락이 참 아름답구나.
서울역에 위치한 외국계 IT를 회사를 다니게 될 줄, 요가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꿈꾸던 승무원이 늦게나마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영원할 것 같던 순간들이 떠나가고 또 새로운 순간들이 다가온다. 처음에는 온몸을 긴장시켰던 새로움이 어느 순간에는 또 편안해지겠지.
정말 중요한 사소한 것들이 있다.
아버지의 귀지를 파주고
어머니의 미소를 바라보는 것.
한 번이라도 더 부모님과 같이 밥을 먹고 그렇지 않더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심지어 엄마의 따가운 잔소리를 듣는 것마저.
밖에 약속을 나가는 것보다 이런 시간을 더 갖는 것이 참 소중하다.
저번에 첫 번째로 카타르를 갈 때는 열정적인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분과 시간을 거의 보내고 준비도 함께 했었다. 그분과는 지금 헤어지고 남이 되었고 지금 생각해 보니 가족들과 나의 준비 과정과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요한 선약 몇몇 개를 제외하고는 추가 약속은 모두 거절을 하였다. 다음 주에는 약속 없이 온전히 짐을 싸고 차분히 준비를 하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
두 번째 가는 카타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No love is geater than mom’s love,
No care is greater than dad’s 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