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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요양보호사

by 금옥


2021년 10월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가을날이었습니다.

<핀터레스트>


한 노부부가 이상한 복지센터를 찾았습니다. 문 밖에 할아버지가 계셨고,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계셨습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가누지 못하는지 머리를 푹 숙이고 계셨고, 담요 때문에 얼굴조차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백발머리에 야구모자를 쓰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상한 복지센터 문 앞에 휠체어를 탄 할머니를 두고 혼자 이상한 복지센터로 들어오고 계셨습니다. 이상한 복지센터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두 계단을 올라야 했고, 문턱도 10cm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문 안으로 들어오시는 할아버지를 보자 밖에 혼자 앉아계셔야 하는 할머니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빠른 걸음으로 할아버지에게 먼저 달려가서 물어보았습니다.


“어르신 요양보호사가 필요하세요?”

“그렇소, 네가 이제 너무 힘이 들어서 도저히 안되고 며칠 있으면 내가 입원을 해야 해서 10월 1일 오늘부터 보내주면 좋겠는데 안 되겠소? 오늘부터 요양보호사를 보내주면 좋겠는데...”

“어르신 오늘부터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시간은 몇 시로 해 드릴까요?”

“지금이 11시 48분이니까... 오늘은 2시부터 보내주시고, 내일부터는 오전 8시에 보내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도 됩니까?”

“어르신 편하신 시간에 맞추어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르신, 계약서를 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휠체어에 타고 계신 할머니께서 너무 힘드시니 댁에 가 계세요. 집 주소를 알려주시면 댁으로 계약서 가지고 가겠습니다.”


노부부가 떠나고 바로 자동차로 어르신 댁을 찾아갔습니다. 어르신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받은 후, 빠르게 이상한 복지센터로 돌아왔습니다. 내일 2시에 어르신 댁에 보낼 요양보호사를 구하려면 한시가 급했습니다.


우선 워크넷에 광고를 내고, 이상한 복지센터에서 근무하다 쉬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에게 문자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워크넷에 광고를 띄운 지 3분 만에 전화한 통화가 걸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이상한 복지센터입니다.”

“광고 보고 전화했습니다.”

“광고에서 보셨듯이 오늘 14:00부터 근무 가능하세요? 내일부터는 08:00부터 가능하세요?”



다음 날, 전화를 걸었던 A 요양보호사를 자동차에 태우고 어르신 집으로 향했습니다. 일이 술술 풀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A 요양보호사는 어르신 상태를 보자 어깨가 아파 휠체어를 못 끌겠다며 단번에 케어를 거절하였습니다. 오늘 하루만 도와달라고 사정사정을 하였지만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또다시 두 번째 요양보호사 B를 구했지만 2주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세 번째 요양보호사 C는 한 달 7일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네 번째 요양보호사 D 역시 3개월 하고 팔목이 아프다며 그만두었습니다. 다섯 번째 요양보호사 E도 역시 2개월 14일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자꾸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자 어르신께 양해를 구할 염치도 없어졌습니다. 할아버지 입원 날짜도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단기보호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르신 단기보호시설이 있습니다.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이 어르신을 돌볼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보호를 해주는 시설입니다. 한 달에 9일 1년에 4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수락해 주시면 어르신 퇴원하실 때까지 할머니가 계실 단기보호시설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단칼에 거절하셨습니다.


“아니요, 내가 병원에 입원할 날짜 금요일이니까 아직 4일 남았네요. 그때까지 다시 요양보호사를 구해보세요”


요양보호사가 계속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자 다시 요양보호사를 구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할머니 상태는 꽤 심각했고 케어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할머니는 뼈가 보일 정도로 욕창이 심해서 썩은 냄새가 났고, 흘러나온 고름으로 살이 썩어 들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거기다 파킨슨으로 하체근력 약화되어 일으켜도 잘 서지 못하였습니다. 하체에 힘이 없었기 때문에 어르신을 일으켜 휠체어에 태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고개도 잘 가누지 못하셨습니다. 기저귀 착용뿐만 아니라 연하능력 저하로 식사도 미음으로 서비스를 해야만 했습니다.


어르신 댁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어르신께서 이상한 복지센터를 믿고 이렇게 의지하는데 최선을 다해 요양보호사를 구해보기로 말입니다. 이상한 복지센터를 그만둔 요양보호사들에게 한 명 한 명 전화를 하여 주변에 알고 있는 요양보호사를 소개해달라고 호소를 하듯 부탁을 했습니다. 간절한 기도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따르릉”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J 요양보호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요양보호사가 있는데 소개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이 급했던 저에게는 너무나 감사한 소식이었습니다.


2022년 4월 20일 날 09:00에 J 요양보호사가 소개해준 K요양보호사가 이상한 복지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J요양보호사가 가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K라고 불러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다운로드 (86).jpg <pinterest>




문제가 있었습니다. K요양보호사를 보는 순간 미모며, 옷차림을 살펴보니 지금까지 요양보호사 일을 전혀 안 해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K요양보호사에게 어르신 상태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말해 주었습니다. K요양보호사는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머릿속에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K요양보호사보다 체격도 좋고 궂은일도 해본 요양보호사들도 며칠하고 모두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예쁜 요양보호사가 감히 궂은일 하겠어.’


마음을 가다듬으며 K 요양보호사에게 커피를 권했습니다.

“선생님 여기까지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씨도 차가운데 커피 한잔 드릴까요?”

“저.. 커피.. 안 마셔요.”

“그럼 물이라도 한잔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K 요양보호사는 커피도 안 마신다, 물도 안 마신다고 말했습니다. 첫인상부터 명품이었지만 커피와 물까지 거절하는 K 요양보호사가 도도해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요양보호사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고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려고 하자. K 요양보호사 말했다.


“센터장님 여기까지 왔으니까 어르신을 한번 봤으면 하는데요?...”

“요양보호사님 말씀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죄송해요. 나중에 4등급 어르신 나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 싫어서가 아니라 어르신께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요. 이해해 주세요.”

“센터장님 일을 시켜보지도 않으시고 그러세요, 저 일 아주 잘해요. 저도 치매 걸리신 시어머니를 8년 모셨어요. 어르신 케어는 자신 있어요. 시켜보세요”


K 요양보호사는 치매 걸리신 시어머니를 8년 모셨다고 말하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K요양보호사를 태우고 할머니댁으로 향했습니다.


어르신집에 도착한 K 요양보호사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욕창이 있는 부위를 살폈습니다. 할머니를 관찰하더니 시어머니도 욕창이 있었는데 다 나으셨다며 철저히 소독을 해드리면 괜찮다고 말하였습니다.


기쁜 마음도 잠시. K요양보호사가 할머니를 케어하기 시작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매일매일 꿈을 꿨고, 꿈에는 K요양보호사가 나타났습니다.


”센터장님 저 못하겠어요. 저 못하겠어요 저 못하겠어요 “

깜짝 놀라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습니다. 다시 기도를 하였습니다.



"하나님 K 요양보호사가 그만둔다는 말 하지 않게 해 주세요. 또 요양보호사가 그만둔다고 하면 어르신이 상처를 받습니다. 제발 요양보호사가 감당해 낼 수 있을 정도로만 어르신 상태를 좋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그렇게 밤새 울며 기도를 하였습니다.


K요양보호사가 일을 시작한 후에도 아침이 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K 요양보호사에게 그만둔다는 전화가 올까 봐 매일같이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광고를 냈고 면접도 몇 명을 봐 두었습니다.


그런데 1개월이 지나도, 2개월, 3개월 4개월이 되어도 K 요양보호사한테 전화 한 통 없었습니다.


‘K요양보호사가 너무 힘드니까 센터에 말도 안 하고 그만둔 거 아냐...’


불안한 마음에 휩싸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머니댁에 전화도 하지 않고 방문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센터장이에요.”


K 요양보호사는 할머니 욕창부위를 소독한 후, 따사로운 햇빛에 일광욕을 시켜드리고 있었다.


“센터장님 무슨 일이세요? 여기 앉으세요.”

감사한 마음에 K 요양보호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선생님 축복이 충만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해요”

“뭐 별말씀을요.”


K 요양보호사는 내 말에 쑥스러워했습니다.


K 요양보호사는 어르신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다며 욕창매트와 자세변환용구 구입을 요청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K 요양보호사는 일요일이면 성내천에 가서 쑥을 직접 뜯어다가 삶은 물로 할머니 목욕을 시켜드렸다고 합니다. K 요양보호사도 허리가 아팠음에도 할머니 자세교정을 수시로 해드려 욕창 부분이 바닥과 닿지 않도록 해드렸습니다. 근무시간이 지났어도 어르신이 생각날 때는 어르신 집에 방문하여 보호자 가족 수발을 거들어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욕창뿐만 아니라 변비도 심하셨는데 K 요양보호사 덕분에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K 요양보호사는 할머니에게 변비가 심할 때는 오일 기름을 발라주어 변이 잘 나오도록 해드렸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드렸습니다. 또 환청이 보이고 환각이 들릴 때 따뜻한 말로 할머니를 편안하게 해 드렸습니다. 평상시에도 그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남이 보지 않는데도 어르신 집 앞 계단을 쓸고 닦고 화분을 가꾸고 청소를 하여 주민들의 칭찬을 받고 있었습니다.


K 요양보호사 덕분에 시간이 지나고 어르신에게 있던 욕창도 다 나았고, 등급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르신께서 밥 수저에 반찬을 올려드리면 스스로 수저를 입에 넣으실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셨습니다. K 요양보호사가 욕창과 변비로 고통받고 있었던 어르신을 3년 만에 살려낸 것입니다.


결국 K 요양보호사는 2025년 송파장기요양인 어울림 한마당 축제에서 송파구청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K 요양보호사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르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한 요양보호사가 이상한 복지센터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K 요양보호사를 바라보며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이렇게 따뜻한 이웃의 관심과 손길로 거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메인화면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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