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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다.

에필로그

by 유자씨





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다.


세상에 그 어떤 희망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순간에도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인생이 다 끝나버린 것 같은 막막함 속에서도 내가 가졌던 단 한 가지 의문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였다. 사막 속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런 행복을 늘 갈망하면서.


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행복을 찾고 싶어서 시작된 나의 여정은 결국 행복의 시작도 끝도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답을 안겨주었다. 내 손에 쥐고 있던 그 뻔하고 쉬운 답을 앞에 두고도 전히 의심하고 방황하는 나 자신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면서.



나는 자신을 찾아 헤맸으나
결국 신을 발견했다.
나는 신을 찾아 헤맸으나
결국 나 자신을 발견했다.

- 수피 격언 -



행복을 찾고 싶었던 내 여정의 시작은 뻔한 답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 일수도, 나를 찾기 위해 반드시 걸어가야만 했던 필연적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여정 속에서 나는 행복에 이르는 길을 한 걸음씩 걸으며 금씩 깨달아갔다는 것이다.


나를 잘 아는 것은 결국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쌓는 것이었다. 의 기분을 관리하는 것은 나를 잘 아는데서 비롯되는 것이었고 나를 잘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일 줄 상상이나 했을까. 세상의 모든 사랑에는 너그러우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사랑은 왜곡시키고 하찮게 여겼다.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착각은 오히려 더 많은 욕심과 불행을 불러들여와 나를 더욱 비참하고 증오하게 만들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운동이든 공부든 하고 싶지 않지만 나를 사랑한다면 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해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이제 조금씩 깨달아간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어도 절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진짜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고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어야 했다. 순간적인 행복감은 행복을 가장한 불행의 씨앗임을 몸이 녹슬어감을 느끼고서야 조금씩 깨달아간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잘 돌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힘들 땐 마음껏 휴식을 취하게 해 주고, 외로울 땐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기대어 울기도 하고, 지칠 땐 잠시 멈춰 쉴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마음의 희로애락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며 마주하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주저하고 슬퍼하는 모든 순간에도, 세상 모든 이가 나의 손을 놓아버린 것 같은 외로움 속에서도 나만은 나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이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손을 잡고 폭풍 속에서 고요함을 찾아 버티고 서있을 수 있어야 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자극에서 벗어나 천천히 뜸 들이고, 참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오는 과정까지의 여정이 모두 나를 사랑하는 행위였음을 깨달아간다. 행복은 한꺼번에 몰아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더위 속에 한줄기 바람처럼, 혹독한 추위 속에 따스한 햇살처럼 그렇게 내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나에게는 그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할 뿐이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다만 흔들림 속에서도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버틸 수 있는 힘은 나를 사랑하는 행위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그것이 나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의 원천임을 깨달아간다.


끝없이 나를 탐구하고 관찰하며 몰아치는 파도 속의 물살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지혜를 배워나가야 한다. 나를 탐구하고 관찰하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은 타인의 생각을 엿보며 거울처럼 나를 비출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이었다. 거친 파도의 물살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지혜와 용기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 쓰는 것이었다. 진부하고 뻔한 답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답이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의 손을 잡아주고 꺼내어준 고마운 답이기도 하기에.


모든 문제의 정답은 내가 이미 갖고 있음을. 그저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답을 찾아낼 지혜와 용기이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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