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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해내고 싶은 마음

ep.04

by 유자씨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비극과 희극의 언저리를 넘나들며 누구의 이야기가 더 비극인지, 누구의 이야기가 더 희극인지 비교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뒤엉켜버린 채. 나와 우리의 경계선에서 처와 위로를 주고받으며 루하루를 살아낸다.


버텨라. 버티는 것도 실력이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이런 말들을 읽거나 나와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들을 때면 '그래 맞아. 그래야지...'라는 생각이 잠시 든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삐딱이가 고개를 삐쭉 내밀었다가 이내곧 슬퍼진다.


'난 지금도 최선을 다해서 버티고 있는데? 얼마나 더 버티라는 거지? 난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는데...'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그래서 내가 지칠 때면 가까운 사람에게 짜냈던 거구나..'


이런 생각들에 마음이 나약해진 것 같은 내 모습을 보면 또다시 스스로를 채찍질해 댄다.


'그래! 네가 부족해서 그런 거야. 더 잘하란 말이야. 운동도 더 열심히 해서 체력도 기르고, 힘들어도 더 버티고 참으란 말이야!!! 너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겠어. 약해빠져서는...!'


나는 더 위축되고 쪼그라들어 벼랑 끝에 겨우 발끝을 세워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기분이 든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몰아세우는 걸까...


'여유 좀 갖고 살아.'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마.'


나를 생각해서 던진 타인의 말들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위로가 되기도 상처가 되기도 한다. 여유를 갖고 살고 싶어도 도저히 그럴 여유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생존본능처럼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세워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도 있다. 국 모든 정답은 내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너무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문제였다. 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신이기를 바란 것이었다. 완벽하고 싶고 타인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은 마음. 설령 그것이 나를 갉아먹는 일일지라도 내가 맡은 것에 완벽하고 싶은 마음. 오만함이었다. 욕심이었다.


결국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나라는 사람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무기력하고 무능감을 느끼는 내가 싫어서 온전히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의 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깊은 심연에 있는 슬픔을 발견한다. 그렇게 그 슬픔을 찾아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기만 해도 감정들을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방법을 몰라 꽁꽁 숨겨두고 딱딱한 갑옷을 입고 아닌 척 외면했다. 그러나 이내 그 마음은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 서있는 것임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얇은 빙판 위에 서있는 것과 다름없음을 깨닫는다.


애쓰는 나를,

너무 잘 해내고 싶은 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나를,

이 글을 붙잡고 쓰는 동안 꼭 안아주었다.


너무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유독 오래 붙잡고 있었다. 이제 그 마음을 놓아주어야겠다.


언젠가 또다시,

너무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런 나를 꼭 안아주자.

괜찮다고.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실수하고 잘 못해도 괜찮다고.

토닥여주자.


너의 온기처럼 따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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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