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속수무책으로 또 당해버렸다.
분하기도 억울하기도 어이없기도 한 나의 한숨이 명치끝에서부터 기도를 타고 목구멍을 나와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마치 내가 공룡이 된 것처럼 뜨거운 불을 품어내듯 소화시키지 못한 말들과 감정들이 뒤섞인 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크렁크렁 뿜어져 나온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행주를 쭉쭉 쥐어짜 내듯이. 한번 손대면 기어코 피를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발가락의 굳은살처럼. 아무런 장치도 없이 번지점프대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서있는 사람처럼. 남은 물기마저 바싹 태워 활활 타오르게 만들 바짝 마른 장작처럼. 그렇게 텁텁하고, 날카롭고, 뾰족하게 만든 가시 돋친 나무 꼬챙이 여러 개가 나를 계속 찔러댄다.
무엇이 그토록 나를 화나게 만들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러려니.' 하면 되었을 것을. 철철 흘리고 있는 피를 바라보며 나를 달래어주기보다, 나무꼬챙이에 찔린 내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며 자존심 상해한다.
아무래도 나는 답이 없나 보다.
명상하고, 나를 돌보아주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지난날들이 거센 파도 한 번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내가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었는 줄 알았나 보다. 그깟 명상 몇 년에, 그것도 기분 내킬 때만 하는 그런 보잘것없는 노력이 나를 하루아침에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단단히 착각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불을 뿜는 공룡으로 변신해 버린 나 자신을 자책하는 무한한 굴레 속에 갇혀버렸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듯 견고히 쌓아 올린 나만의 성벽이 한순간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새까만 재가되어 흩날리는 나의 영혼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또 당해버렸다.
분통하다.
'너무'의 온도 200°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