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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Mar 31. 2024

모두가 바쁜 것 같아 보이는 세상 속에서

나를 사랑해 봄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반복되어,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간다.

예전엔 이렇게 비슷한 하루하루가 특별한 것 같지 않아서 견디기 힘들 때가 많았다.

모두가 바쁜 것 같아 보이는 세상 속에서 나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모두가 특별한 하루를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세상 속에서 나만 평범한 하루를 사는 것 같아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나의 생애 속에 주어진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나의 세상을 살지 못하고 타인의 세상을 살아냈다.

그렇게 돌아보니 나라는 사람은 없고, 타인의 시선만 공허하게 남아있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리저리 눈치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정작 나 스스로를 미워해버렸다.

그러면서 마치 나는 피해자인 양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은 가해자 취급하면서 이리저리 비교하고 재고 따지며
그렇게 후회만 가득 안고서...

행복하고 싶지만, 행복할 수 없는 상황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나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딸아이와 찍은 사진 속 내 모습에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웃음 짓는 눈가에는 주름이 더 많이 생겼고 화장을 해도 덮이지 않는 기미와 잡티도 더 많이 생겼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 흔적들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 같아 묘하게 기분이 좋다. 나라는 사람이 지구에 태어나 40년간 내린 뿌리가 이제야  땅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늘 내가 딛고 서있는 이 땅이 언제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리저리 아등바등 발버둥 치며 살다가 처음으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는 단단하게 뿌리내린 멋있는 나무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드디어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마음에 벅차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하고 싶어서 불안한 것이었다는 것을.

특별한 하루보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 조금씩 깨달아간다.

나라는 나무에서 피어난 나만의 꽃인 딸아이를 바라본다.

나를 닮은 미소에서 아이의 아빠를 닮은 눈매에서.

너라는 존재자체가 우리의 모든 걱정과 고민 불안과 불만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내가 더 나다워질수록,
내가 더 나를 사랑할수록,
내가 더 나를 찾아갈수록,

나의 꽃인 네가 더욱더 향기로워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나를 더 사랑할 것이다. 나의 나이테는 더 많아지고, 나의 뿌리는 더 깊게 땅에 뿌리내릴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를 사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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