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관련된 고유 이야기

사랑하는 이들에게

by 유희로운

휴일 오전 6시 20분, 전날밤 울다 잠들어 새벽, 울면서 깨어났다. 홀연히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까치 울음소리를 들으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살짝 부은, 아직 매운 기가 가시지 않은 두 눈을 쉬게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강한 확신에서였다 - 쓰지 않으면 계속 울 것 같았다 -.


눈에서 물이 흐른다, 눈에서 흐르는 물, 눈으로부터의 물, 눈에서 흘려보내는 물. 감정이 격해지면서, 혹은 마음이 몽글해지면서, 아님 그저 고요히 생각만 하다, 나도 모르던, 혹은 잊고 지내던 무의식 속 무언가가 건드려지는 순간, 심장은 뇌에게, 그리고 뇌는 눈에게 신호를 보낸다, 표출하라고.


그 표출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나의 주원인은 사랑이었고, 또 사랑이다. 정확히 짚어 말하면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 혹은 보이지 않게 이미 많은 사랑을 줬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나로부터 죄책감과 어리석음을 알아차리게 만들어 준 사람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는 유독 지금껏 울었더랬다.


어젯밤은 머지않아 내 남편이 될 남자친구, 오늘 새벽은 아빠가 내 눈물 표출의 대상이었다. 어제 그와 덕수궁 앞에 앉아, 그간 만나면서 헤어지고 싶었던 때는 없었는지, 마냥 좋기만 했는지, 사귀기 전 처음으로 만났던 날 덕수궁 돌담길 걸으면서 있었던 일화들부터 해서 지금껏 있었던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을 파노라마 그려 보며, 함께 보낸 시간이 물리적으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에게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라며, 관계의 밀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피곤한 몸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걷고 있는 남자친구를 옆에서 보자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돌담길 앞 내 모습을 찍겠다며 카메라 드는 그에게 동시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힘든 티 하나 내지 않는 그 사람 곁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도 벌써 우리는 수많은 추억들을 쌓았는데, 이 쌓임이 앞으로 1년, 2년, 5년, 10년, 그리고 평생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니, 그리고 그 켜켜이 쌓인 소중한 기억들을 그때마다 함께 하나씩 꺼내 보며 머릿속 추억의 그림들을 그릴 것을 생각하니.. 어느덧 남자친구가 늘 그랬듯 '무슨 생각해?' 물어왔을 때 나는 순간 답을 못하고 찡긋 미소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나는 이미 명치끝에서부터 느껴지는 무언가 뜨거운 뭉근함이 뇌로, 코로, 눈으로, 그리고 두 입술로까지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눈에선 따뜻한 물방울들이 또르르 흘러내렸고, 두 입술은 파르르 나만 느껴지도록 떨렸다. 그렇게 어제 집에 들어올 때까지 울었다.


오늘의 마지막 꿈에는 문득 아빠가 나왔다. 지금은 꿈의 문맥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왜인지 꿈속에서 아빠가 쓴 한 편의 짤막한 시가 보였고, 그 시의 마지막 연에는 나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히 느껴지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글자 하나하나가 꽤나 선명히 보였고, 아빠가 딸에게 그간 직접적으로 표현 못 했던 말들이 꿈을 꾸는 내 뇌리에 강하게 들어왔다. 순간 의식이 깨어졌고, 눈 뜨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흘리며 아직 해가 들지 않는 창가 쪽을 바라보며 '미치겠다' 나지막이 뱉어냈다. 순간적으로 느껴진 나의 외로움은 이윽고 엄마와 아빠가 딸로부터 느꼈을 거리감을 다시 인식하는 데에 이르렀고, 이는 곧 며칠 전 갔던 이탈리아 식당 사장님의 외로움을 다시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MBTI 'P' 성향이 매우 강한 나는 또 순간 '오늘 대전에 내려갔다 올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스쳤고, 식당 사장님이 그때 왜 표지판에 대전이라고 쓰여 있는 것만 봐도 눈물이 왈칵 나오는지, 아침에 식당 문 열기 전에 불현듯 새벽에 예정에도 없던 대전행 KTX 기차를 타고 내려가 국밥 한 그릇 드시고 온다고 했던 건지, 마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릴 때의 추억이 다 담겨있는 고향이라는 장소가 주는 그 뭉근한 어떤 따뜻함이, 그 섬세함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톡- 튀어 오를 때가 있는 법이다.


의자에서 엉덩이 한번 일으키지 않고 글만 쓰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전 8시. 글의 시작은 '눈물에 대해 써 보겠다' 거창하고 비장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내 개인적인 감정 일기가 되어 버린 것이 살짝 아쉽지만, 글 쓰는 중간중간 또 한 번 눈물 흘려 가며 쓴 글 또한 내게 값진 추억이 된 것만으로도, 또 이 추억을 써 내려갈 수 있게끔 잘 버텨 준 내 두 눈에게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인성이 성장한다는 것은 때로는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아쉬운 글은 일단 아쉬운 대로, 나중에 고칠 수 있으니 남겨 두고, 우선은 온열 안대와 함께 조금이나마 잠을 청하러 가야 할 것 같다. 한 잠자고 일어나 따뜻하게 씻고 나면, 대전에 내려갔다 올 용기와 체력이 생겨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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