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새로움은 바래진다.

낡지 않는 삶을 위해

by 유희

요즘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면 가장 많이 쓰는 게 조그마한 가정용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다.


이 기계를 구입할 때 함께 샀던 전동 그라인더에 커피콩을 넣고 드르륵드르륵 탱크 소리 내며 갈아준 후 필터 바스켓에 커피 가루를 담고 포타 필터를 기계에 채워준다.


필요한 재료를 다 채워 놓고 준비 과정을 마친 후 커피잔 그려진 동그란 검은색 버튼을 꾹 누르면 드디어 뽀글뽀글 크레마 가득한 에스프레소가 오늘 내 선택을 받은 꽃무늬 머그컵에 담긴다. 탐스러운 금빛 물결 찰랑거리며 눈 호강을 시켜준다.


조그마한 기계가 생긴 것과 다르게 용케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며 나의 커피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다만 처음에 비하면 그 애정도가 현저히 많이 줄었다.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면 주르륵주르륵 내려오는 커피 줄기가 처음에는 그리도 재미나더니만 이제는 익숙한 일상의 한 조각이 되었다.


지금 쓰고 있는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은 1년 전쯤 샀다. 막 샀을 당시만 해도 매일매일 새로운 커피 음료를 만들어 먹는 재미에 빠져 한창 줄기차게 이용했다.


기계에 있는 스팀 기능으로 우유 스팀 내 카푸치노도 만들고, 엉성한 라테 아트에 도전해 보기도 하고, 시럽 섞어 바닐라라테 같은 달콤한 카페 커피를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한동안 커피 머신의 새로움에 빠져 이 물건을 애지중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로움은 날이 갈수록 빛바래 갔다.


전문 카페처럼 커피 음료를 제조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는 공간과 기구가 다 갖춰진 게 아니다 보니 커피 한 번 만들어 먹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공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똑같은 일도 반복됨에 따라 흥미가 옅어지다 보니 굳이 시간과 공을 들여 번거로움을 감수하려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새롭고 재미나 기꺼이 시도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새로움과 재미가 옅어지면서 번거로운 과정이 점점 귀찮아진 것이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간편한 방법으로 에스프레소 내려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아메리카노를 주로 많이 만들어 먹는다.


날이 갈수록 새로움이 휘날려 가는 내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처럼 늘 새롭기만 한 것은 없다. 익숙해 만만한 게 나를 즐겁게 할 때도 많으니 늘 새로운 게 좋지만도 않겠지만 늘 똑같다 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지루해짐은 삶을 쉽게 허무에 빠뜨리곤 한다.


어느덧 익숙해진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으로 오늘도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으면서 '나도 오래된 물건처럼 바래지 않으려면 날마다 변화하며 새로워져야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을 낡지 않게 가꾸는 것도 살아가는 나의 날들에 대한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나리와 돼지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