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와 돼지고기

똑같은 나도 사람마다 다른 맛이 나는 걸까.

by 유희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와 미나리다.


지글지글 기름 끓는 삼겹살에 돼지고기와 궁합 좋기로 소문난 미나리 곁들여 한 끼를 꿀꺽.


지금이 돼지고기에 미나리를 쌈 싸 먹기 가장 좋은 시기라 한다.


때문에 주말이면 미나리에 돼지고기를 쌈 싸 먹을 수 있는 교외 식당들에 이 환상의 조합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자동차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2, 3월이 미나리가 한창 맛있을 시절이고 3월을 넘어가면 미나리가 질겨져 맛이 없기 때문에 먹을 거면 지금 이때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설명을 반찬 삼아 미나리에 삼겹살을 싸 먹어 본다.


아삭아삭 씹는 맛이 향긋하고 좋다.


'어라? 의외로 괜찮은 걸?' 싶어 미나리 고기쌈 싸느라 시큰둥하던 손놀림과 입놀림이 재빨라진다.


사실 나는 미나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미나리나물'이라는 음식 형태로 주로 접했던 미나리는 질긴 경우가 많은 데다 씹다 보면 이빨에 끼이기 일쑤고 특유의 그 강한 향도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먹었던 미나리는 그 맛이 완전히 달랐다. 그동안은 미나리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었더라면 오늘은 생으로 고기를 싸 먹었는데 씹는 식감도 연하고 원래 싫어했던 특유의 향조차 향긋하게 느껴졌다.


한창 제철임을 뽐내는 2월의 미나리라 가능한 일인가 보다.


그동안 미나리를 싫어했던 사람은 어디 간지 모르게 사라지고 '미나리가 이렇게 맛있는 식물이었다니.' 감탄하며 미나리 맛에 빠져 잘 먹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미나리 한 움큼을 집어 고기 불판에 올려놓았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내게 "익혀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라고 으스대며 잘 구워진 미나리가 내 접시 위에 올라왔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불판에 구운 미나리는 원래 내가 알고 있던 익숙한 맛의 바로 그 미나리였다.


반짝반짝 화려하게 변신했던 신데렐라가 열두 시 땡 하면 마법이 풀리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듯 내게 콩깍지 씌웠던 미나리도 불판에서 구워진 순간 마법이 풀리고 본연의 미나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생으로 먹을 때와 익혀 먹을 때 내가 느끼는 맛이 완연히 달랐다. 나는 그냥 생으로 아삭아삭 씹어 먹을 때가 훨씬 맛있었다.


한입 모아 맛있다고 추앙받는 똑같은 2월의 미나리인데 생으로 먹을 때와 익혀 먹을 때 맛이 전혀 다른 걸 보면서 문득 생각해 본다.


똑같은 나인데도 어떤 이에게는 호감이고 어떤 이에게는 비호감일 수 있겠구나.


나는 그저 나로 똑같은 나이지만 누가 맛보느냐에 따라 나에게도 사람마다 다른 맛이 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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