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늘 갖지 못한 걸 탐내는 걸까.
회사 일에 치여 바쁘게 사는 친구에게 근황을 묻다가 "요즘 시골 전원생활하는 유튜브 영상 보며 힐링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너무 바쁘고 일에 지쳐 힘이 드니 시골 생활 속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이들의 삶을 엿보며 대리 만족하고 있다는 거였다. 복잡다단한 도시 생활 속 정신없는 바쁨 가운데 쪼개어 낸 시간에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 유일한 '락'이라 했다.
그러게. 도시는 참 번잡스럽고 여유가 없다. 집 밖 거리만 나가도 바쁘게 걷는 사람들 투성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심의 거리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이를 본 기억은 없다. 다들 뭐가 그리도 바쁜지 종종종 종종종 걸음걸이에 조바심을 달았다.
하긴 나만 해도 북적대는 도심의 거리에서 여유롭게 걸어본 적이 있던가. 맨날 뭐가 그리도 바쁜지 종종종 종종종 걸음을 재촉했던 바로 그 당사자가 여기 있는데.
지하철 놓치지 않으려면 환승 버스에도 바삐 올라타야 했고, 가는 길에 허기 채우려 토스트 가게에 들렀다 줄이라도 서게 되면 절로 맘이 급해졌고, 일적이건 사적이건 약속 시간은 왜 항상 빠듯하기만 한 건지 늘 종종걸음 치며 애를 태웠다.
사람과 빌딩이 밀집한 도시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에 '도시'라면 마땅히 꼭 그렇게 바삐 걸어야 할 것만 같기도 하다. 최소의 영역을 투자해 최대의 효율을 이뤄내야 하는 현대의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한가롭게 걷는 풍경'은 자못 이질적이다.
한편 자기 하기 나름일 뿐, 도시라고 해서 여유를 가지지 못할 이유는 또 없는데 나의 바쁨을 괜히 모두 도시의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반면 시골은 '평온한 한가로움'의 대명사다. 도시에 살며 일에 치여 바쁜 내 친구가 힐링 공간으로 로망을 품고 있는 곳이다. 시골이라면 으레 여유롭게 유유자적해야 하리라는 환상이 있다.
시골에서 농사짓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 들으면 무슨 도깨비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공간적인 여유가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사람도 건물도 도시만큼 많지 않으니 도시처럼 다닥다닥 붙지 않고 사이사이가 널찍널찍하다. 그러다 보니 똑같이 길에서 바쁘게 다녀도 주변 공간이 넓은 데다 사람이 나타나는 빈도도 어쩌다 한 번이 되니 멀리서 보면 한가로운 풍경이 된다.
그 한가로운 풍경을 사랑했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사랑한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 슬며시 고개를 드는 도시에 대한 향수는 왜일까. 도시에 꽤나 염증을 내던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바쁨에 혼을 갉혀 먹히던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으로 내려온 지 2년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너무도 사랑해 마지않던 이 시골스러움도 차차 당연해져 무뎌질 즈음 오랜만에 도시로 떠났다.
다시 만난 도시는 그야말로 별천지.
오랜만이라 그런지 정말 변덕스럽게도 싫어했던 도시의 모든 면이 반대로 좋게만 보였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불빛이 멋있었고 시끄럽게 북적이는 사람들이 반가웠고 한때는 숨 막히던 빌딩 숲조차 세련되고 고급스럽게만 보였다.
나는 항상 반비례 법칙을 참 충직히도 실현한다.
도시에 살 때는 한적한 시골이 그리 좋더니만 정작 시골에 살고 보니 첨단의 도시가 그립다.
사람은 늘 갖지 못한 걸 탐내는 걸까. 내게 없는 게 늘 더 커 보인다. 오랜만의 도시 나들이라 이번에는 도시가 매력적으로 보였겠지만 그 속에서 살다 보면 어느새 또 시골을 바라고 있을 텐데.
도시 VS 시골, 하나만 고르라 한다면 이제 '그때 가 봐서'라고 답할 수밖에 없겠다. 모두가 다 제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으니.
사는 모든 면에는 다 장단점이 있다. 다 좋은 것만도 없고 다 나쁜 것만도 없다. 서로 대칭되는 반쪽 면들이 각각 반대 방향에서 나를 홀린다. 그래서 늘 내가 갖지 못한 반면의 것을 탐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