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하는 '세계 미술관 여행' 강좌를 듣고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간다. 점심도 먹고, 엄마 아빠와 짧은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 뭐 하셨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같은 것들을 묻곤 한다.
그러나 집에 계신 날보다 안 계신 날이 더 많다. 소일거리가 있으면 출근하시는 아빠, 친구와 약속이 있거나 모임이 있으신 엄마, 그들은 프리랜서인 나보다 바쁘시다.
혼자 사는 나는 대화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말이 하고 싶다. '묻기'도 하지만 '답하기'를 하고 싶다. 아무도 없으니 내 집과도 별반 다를 것 없는, 반찬이 풍성한 식탁 정도다. 대화는 못했지만 현관문을 나서며 문에 붙은 메모를 읽는다. '잠깐! 1 휴대폰 2 마스크 3 가스불' 70대의 귀여움을 발견하고 집으로 간다.
저녁에는 엄마가 잠깐 나에게 들려서 잡채와 채나물 등을 나눔 해주시러 오셨다. 주인이 오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마냥 엄마를 붙잡는다. 새로 산 접시와 그릇을 자랑했다. 운동할 때 입으려고 산 경량 패딩도 입고 나와 보였다. 언니 집에 놀러 가면 어린 조카가 새로 산 장난감이나 카드게임을 들고 나와 자랑하고 같이 놀자고 했는데 지금 내 모습이 딱 그런 것 같다.
3층의 계단을 올라오니 숨이 찬다는 엄마를 앞에 두고 내가 뭐 하는 건가. 같이 살 때 좀 잘하지 그때는 '아고 지겨워 지겨워' 했었는데 이렇게 달라졌다. 잠깐! 그래도 지금의 거리가 좋다. 엄마 내일 또 점심 먹으러 갈지도 몰라요. 내 집의 현관문을 나서는 엄마 뒷모습이 왠지 애틋하다.
옆집사람 13.
새 날 새 아침. 오늘은 스트레칭도 해야지.
옆집사람 14.
뭐해 드세요?
요즘 사진첩에는 하늘, 땅, 발자국, 발, 얼굴 사진이 늘고 있다.음식 사진이 거의 없네.
옆집사람 15.
맞아요. 아침 추웠어요. 양말 구멍은 생각한 것보다작게 내야 한다. 걸을수록 커져서발꼬락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