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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an 08. 2018

선물을 예쁘게 포장하는 이유

예쁘게 포장되는 모습도, 기쁘게 받아주는 모습도 좋다






선물을 받고 초승달 모양의 눈으로 활짝 웃고 비명을 지르며 방방 뛰는 그 모습 그 순간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끼고 잘 간직해주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모습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드니까, 선물을 꺼내어 내밀었을 때 상대방의 그 순간 그 표정이 선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 그리고 마지막의 기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커다란 상자에 담긴 생일선물을 포장지에 감싸고 리본으로 묶어 혜림에게 증정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5층쯤인가에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참 찾기 힘든 작은 선물포장 가게가 있었다. 혜림의 선물을 살 때면 이 곳을 찾아 선물 포장을 부탁드리곤 한다. 포장지의 재질과 색상을 고르면 그에 맞는 리본을 추천해주시기도 한다. 선물을 받을 사람이 나와 어떤 관계이고 어떤 취향인지에 따라 추천은 바뀌기도 한다. 직원의 손길은 세심하기 그지없다. 치수를 정확히 맞추고 양면테이프로 깔끔하게 접착면을 이어 붙인다. 리본을 둘러서 예쁜 매듭을 짓고, 가위로 리본 끝을 잘라 길이를 맞춘 후에는 행여 가위로 잘라낸 리본 끝의 실밥 올이 풀릴까 라이터 불로 끝을 한 번씩 지져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중한 선물이 그 선물의 주인에게 가는 과정에서 행여나 공들여 맨 매듭이 망가질까, 매듭을 보호하는 두터운 종이 지지대까지 만들어 붙여 주신다. 선물을 주기 전에는 꼭 떼어두라는 당부말씀과 함께.


이쯤 되면 선물 포장도 그저 그냥 단순한 포장이지 뭐 하고 치부하기에는 힘들다 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행여 각이 비뚤어질까 매듭이 망가질까 조심조심하며 공들여 포장하는 행위를 마치 일종의 공연처럼 관람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니까, 상대방이 훌륭하게 포장된 선물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적지 않은 포장비를 지불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하하. 결국 뜯겨서 버려질 선물 포장에 그리 비싼 돈을 내야겠느냐 하는 치들도 분명 있을 테다. 하지만 나는 알맹이만큼이나 포장지도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인 데다, 나 또한 역시도 아직 어줍잖을지언정 무언가를 예쁘게 포장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지라.




뭐 들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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