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게스트 이야기(3)

빠뜨리고, 두고 가고, 쌓여가는 이야기들

by 서핑웨이

숙소를 운영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게스트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들도 자주 생겨요. 이번엔 그중에서도 ‘놓고 간 것들’과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묶어 보려고 해요.


한 번은 장기로 머문 게스트가 있었어요. 머무는 동안 집 앞으로 택배를 정말 많이 시키더니, 체크아웃을 한 뒤에도 배송지를 바꾸지 않았는지 제 숙소 앞으로 계속 택배가 도착한 거예요. 며칠 사이에 집 앞에 상자들이 가득 쌓였고, 마치 제가 갑자기 온라인 쇼핑에 푹 빠진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죠. 다행히 숙소 근처에 그 게스트의 친척이 살고 있어서 연락을 드렸더니 금세 와서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제야 현관 앞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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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문제도 빠질 수 없어요. 숙소 이용 안내에 음식물쓰레기는 꼭 분리해서 처리해 달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가끔은 그대로 두고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여름철엔 특히 냄새도 나고 처리하느라 애를 먹을 때가 있어요. 반대로 냉장고에 마트에서 산 라면,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걸 고스란히 남겨두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어떤 분은 계란 한 판을 그대로 두고 가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때아닌 냉장고 보물찾기를 하곤 했죠.


안경이나 세면도구를 두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럴 땐 택배로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한 번은 인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놓고 가셔서 다시 돌아와 찾아가신 분도 있었어요. 그때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숙소 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그래도 제가 발견해 드릴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라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 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어요.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는데 방 안에 캐리어가 그대로 있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게스트에게 연락을 했더니, 급한 일이 생겨서 아침에 잠시 나갔다가 숙소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답이 왔습니다. 다행히 연락은 닿았고, 저는 짐을 한쪽에 보관해 두었고 그 분은 며칠 후 다시 와서 캐리어를 가져가셨습니다. 이 경우는 괜찮았지만, 만약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난감했을 거예요.


이렇게 숙소를 운영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요. 멀쩡한 물건을 버리고 가는 분도 있고, 작은 흔적을 남기고 가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새삼 깨닫는 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는 편안함을 누리고, 또 누군가는 실수와 흔적을 남기고 가죠.


그래도 이런 일들이 제겐 또 다른 재미가 되고 있어요. 숙소 운영은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창문 같아요. 사람마다 다른 습관, 다른 방식, 다른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도 조금씩 더 유연해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결국 숙소 운영은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요즘 더 자주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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