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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비 다이어트

우리 집에 없는 것 : 난방비, 냉방비, 여행경비...

by 소만

대학원을 다니니 이제 집에 오면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전공 공부와 과제를 해야 했으며 논문을 준비해야 했다. 대학원 생활 이외에 출석체크, 캐시백, 설문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교육비가 추가로 나가게 생겼으니 른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모든 것을 더욱 절약했다. 웠다. 왜냐하면 결혼 전에도 그렇게 살았다. 여름 선글라스, 겨울 부츠, 가죽 장갑도 없는 나를 엄마는 지독하다고 했다. 절약에 연륜이 쌓이니 이제는 막 아끼기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절약하게 되었다. 절약의 첫 번째는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다. 고정비를 줄여야 생활비도 저축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저축은 조금 더 무리하게 할 수 있다(저축은 무리해야 제 맛이다). 돈을 더 벌 수 없다면 지금 버는 것에서 조금 더 아껴 쓰면 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줄인 것은 보험료였다. 사회생활 처음 시작하고 10만 원 넘게 넣던 종신보험을 5만 원대로 조정했다. 얼굴도 모르는 돌아가신 큰외삼촌의 아들(나와 사촌이었지만 나보다 20살 많았다)이 내가 일하던 시골로 오셨다. 사회생활 시작했으니 만약을 위해 보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영업도 아니었다. 그냥 준비된 계약서에 사인을 하니 끝났다. 24살의 나는 10만 3000원짜리 종신보험을 들었다.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다. 보험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나의 사후세계는 그리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나 죽고 나서 1억이 무슨 소용인가? 보험을 리모델링했다. 보험과 관련된 책을 읽고 보험의 주계약을 축소하여 돈을 환급받았다. 보험료 5만 원이 되었고, 부족한 보장은 남편의 친구인 보험설계사로부터 만 원짜리 보험에 가입하여 보충했다. 10만 3천 원의 고정비가 6만 원으로 줄었다.


두 번째, 통신비는 무조건 기본요금이 낮은 것만 썼다. 핸드폰은 기계값 무료인 모델로 썼다. 2012년 '나도 최신폰 한번 써 보자' 싶어 100만 원 넘는 갤럭시 노트 2를 샀었다. 사람들이 내 핸드폰을 보고 구경하고 만지작 거렸을 때 기분은 좋았지만 곧 후회했다. 기계의 새로운 기능에 관심도 없었고, 그런 기능이 굳이 필요도 없었다. 전화와 메시지만 사용하는 휴대폰에 100만 원을 쓰기로 한 결정을 후회했다. 정확히 3일 뒤였다. 기계값은 1년도 안되어 모두 갚아버렸다. 매달 나가는 이자가 아까웠다.


세 번째, 관리비 관리하기. 고정적으로 나가는 관리비는 소비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당시 우리는 냉방도 난방도 하지 않았다. 일단 집에 에어컨이 없었다. 더운 여름에는 샤워하거나 창문 열어놓고 선풍기 틀면 그만이었다. 열대야는 며칠만 참으면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예전에도 없었기에 불편한 줄도 몰랐다.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았다. 2012년 3월, 2월의 관리비 명세서에 관리비가 30만 원이 찍혔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확인을 했다. 아이 없는 부부가 하루 6시간만 보일러를 돌리는데 30만 원이라니.... 당시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 0원이 나온 아파트가 문제가 될 때였다. 우리는 계량기도 관리사무소도 믿지 않았다. 결국 난방 밸브를 잠갔다.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난방을 켜지 않았다.


네 번째, 신혼여행을 끝으로 여행을 가지 않았다. 비행기도, 배도 안 탔다. 여름휴가는 친정과 시댁에 가거나 남편회사에서 협찬으로 다녀왔다. 출장과 함께... 여름휴가 기간, 남편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회사의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한다고 했다.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 자신이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여행에 별 흥미가 없었기에 어디 가서 뭘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남편은 휴가지로 출장을 가면 기름값, 톨비, 숙박비, 식비가 지원된다고 했다. 출장지인 휴가지에 도착하면 남편은 일하러 간다. 그럼 나는 차 안에서 또는 근처 카페에서 앉아서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 1인분 저녁식사는 남편이 법인카드를 쓰고 내 밥은 생활비 카드를 사용했다.

여행을 다닌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가끔 만날 때마다 저렴하게 해외 여행 가는 팁을 공유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관심 없으니 너희들끼리 한 시간 먼저 만나서 여행 이야기 끝내.'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즈음 나는 돈을 개월수로 따졌다. 한 달에 300만 원을 모으면 한 달을 일찍 은퇴할 수 있는 거고 300을 쓰면 한 달을 더 일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000만 원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돈이 아니라 3개월의 시간이었다. 시간을 더 벌고 싶었다.


돈은 쌓였다. 결혼 2년 2개월 만에 1억을 모았고, 2억이 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3년 만에 임신을 했다. 너무 기뻤다. 나는 임신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내 주변에서는 크게 걱정을 하고 있는 터였다. 둔감한 나는 그걸 몰랐을 뿐이다. 친구들은 임신을 축하해 준다며 일부러 우리 집 근처로 와 주었다. 멀리 와 준 친구들과 피자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오후가 되자 배가 땅겼다. 조퇴를 하고 어제 친구와 먹었던 피자집 옆에 있는 산부인과로 갔다. 임신 8주 차, 계류유산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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