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부터 나의 모습을 좀 더 냉정하게 보기 시작했다.
매일 출석체크에 매달리는 거... 어차피 한 달 개근 안 하면 똥값이다. 그렇게 자책할 일도 아니었다.
두 번째, 설문조사. 50원을 받으려고 내 시간을 10분 이상 쓰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회사도 50원 모으는 나 같은 사람을 경계했는지 50원을 안주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면 추첨을 통해 포인트를 준다고 했지만 그 추첨에 내가 당첨된 적은 없었다. 질문을 넘기다 보면 70~80%가 코 앞에 온 것 같지만 실상은 30분을 넘게 고민하며 체크를 해야 돈이 떨어지는 것이다. 어떤 날은 30분 넘게 설문조사를 해도 막판에 해당이 안 된다고 50원이 떨어지는 날도 많아졌다.
세 번째 패널... 내가 하는 이 패널 알바는 이미 소문이 많이 났고, 10만 원 넘는 꿀아르바이트는 거의 서울에 돈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내가 수원에서 서울 가는 시간과 노력이면 그렇게 매달릴 일도 아니었다.
네 번째 캐시백... 배신감이 들었다. 캐시백 사이트에서 연계사이트로 넘어가면 포인트를 1~2% 더 적립해 주지만 해당 사이트에서 바로 할인해 주는 몇천 원짜리 쿠폰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후 캐시백 경유하여 쇼핑하는 것을 그만뒀다.
다섯 번째, 선거와 시험감독 아르바이트... 사람들이 왜 안 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서 보지 못한 별의별 진상들을 만날 확률이 높았다. 최악은 같은 교실에서 시험 감독을 했던 사람(유부남)이었다. 내가 출장으로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직장에까지 신분을 속이며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내 연락처를 알아내서 저녁마다 계속 전화를 했다. 혹시 만날 수도 있을 사람이라 고민을 계속하다 남자 친구에게 연락처를 주고 처리해 달라고 하였다. 그 이후 주말이나 공휴일에 하는 어떤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일을 하면 다음날이 너무나 피곤했다. 사람들이 신청을 꺼리는 이유도, 나에게 순서가 오는 이유도 있었다.
이제 집에서 돈 버는 아르바이트는 그만뒀다. 사람들이 모아주는 캐시백은 고마웠지만, 볼 때마다 '쓰레기장 뒤진다.'라는 말이 생각나 예전만큼 신나지도 않았다. 내 시간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그런 시선에 마음이 아팠다. 남의 웃음거리가 되어가며 쿠폰을 모을 만큼 돈이 급한 것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다른 곳에 열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