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경 저
여기에 담긴 모든 문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위해 존재했고,
당신의 행복을 열원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첫머리에 적힌 작가의 글이다. 2024년 가을에 출판된 이 책은 들르는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선경 작가는 <어른의 어휘력>이라는 책으로 만났다. 파란색 표지에 'One day One page'라는 간단한 제목으로 표지를 채우는 이 책은 여러 권의 책 속에서도 눈에 들어왔다.
유선경 작가는 한 가지를 진득하게 못해서 큰일이라는 꾸중을 숱하게 듣고 자랐는데 글쓰기라는 업業만큼은 30여 년 매일 지켰다. 홀린 문장에 계속 홀리고 싶어 중학생 때 처음 필사하기 시작했고 열아홉 살 적부터 본격적으로 노트에 옮겨 써서 그 분량만 10포인트로 1,500매에 달한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어른의 어휘력>, <감정 어휘> 등 '어휘력' 관련 최다 판매를 기록한 유선경 작가의 첫 필사 책이다. 동서고금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길어 올린 아름답고 지혜로운 문구와 더불어 어휘력과 문해력, 문장력을 효과적으로 성장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담았다. 왜 모든 사람에게 어휘력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작가는 답한다.
"살기 위해서."
주요 저서로는 <어른의 어휘력>, <나를 위한 신화력>, <감정 어휘>, <사랑의 도구들> 등이 있다.
(출처: 본 도서 작가 소개)
주요 저서의 제목만 봐도 작가가 어휘에 어느 정도로 진심인지 파악된다. 책 속의 어휘와 문장을 필사해서 적었다. 나의 글에 그 글을 녹이고, 이런저런 단어로 교체하면서 그 느낌의 차이를 알아갔다. 말이나 글은 반복 수정을 거쳐서 빛난다. 이게 고난의 과정이지만 그로 인해서 글은 계속 옷을 갈아입고, 독자에서 주는 감동 또한 깊어진다. 늦은 시각 또는 새벽 시간까지 어휘에 심취했을 작가의 어린 눈이 나에게 닿는 느낌이었다.
'필사, 살기 위해서'라는 서문에서 작가는 어휘력과 문해력의 목적은 '살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실제 어휘력은 책 읽기만으로 향상되기 힘들고, 자기 이야기를 꾸준하게 쓸 때 어휘력과 문장력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글을 쓸 때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적기 위해서 고민하고 교체하기를 반복한다.
"글을 고치는 일은 제 즐거움이에요."
모임에서 만난 한 출판사 편집자분께서 하신 말씀이다. 글을 고치는 일이 물론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서 수정되고 빛을 찾아가는 글을 보는 일이 즐거움이라는 그 말씀에 동의한다. 동서고금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문장들과 뒹굴뒹굴하며 사랑을 나누고, 독자에게 그 문장을 선물한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살아내기 위한 선물로.
'어휘와 친해지기, 어휘력을 기르는 비결, 어휘가 주는 힘'의 세 부분으로 나뉘고, 그 아래에는 3~5개 정도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내용을 그대로 필사하도록 노트 형식의 구성을 뛴다. 이렇게 총 150여 개의 필사가 가능하다. 그 내용은 시, 소설, 산문, 희곡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췌되고, 고전부터 현대 작품까지다. 아이가 필사를 해도 좋을 내용이다. 또, 각 꼭지 아래에는 어려운 단어나 표현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각 문단의 첫머리에는 작가가 쓴 안내글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도 좋았다.
필사에 대한 필요성으로 인해서인지 서점의 한편을 필사 관련 책이 독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구입한 후 하루에 1~2개 정도의 필사를 블로그에 했다. 하지만 실제 펜으로 쓴다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한 가지를 진득하게 못해서 큰일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작가로서 성공한 유선경 작가를 보면서 글에 빠져서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책을 읽고 그 속에 적힌 표현이나 글귀가 좋아서 공책에 연필로 적었다. 친구들에게 그 글을 읽어주면서 감동을 나누고, 또 다른 말을 찾았다. 비슷하거나 반대의 의미를 나타내려고, 이렇게도 고치고 저렇게도 바꿨다. '극성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언어에 예민한 나. 그래서 지금 글을 쓸 수 있다고 변명한다.
'만 시간의 원리'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어떤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약 1만 시간의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시간은 하루에 3시간씩 10년간이다. 작가는 30년을 글쓰기에 몰입했다. 살기 위해서 어휘력을 탐구한 작가가 존경스럽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지만, 그 한 마디로 인해서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는 그 말이 용기다 되어 포기하려던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다. 그러니 우리가 어찌 말을 가볍게 여길 수 있을까. 어휘력 향상을 위해 필사를 추천하는 작가의 장단에 춤을 추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 한 장 필사로 어휘력을 향상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