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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를 읽고

대니얼 길버트 저

by 윰글

과거는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내가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각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이 책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허망한 상상력이 미래를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출간 전부터 전 세계 심리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을 매료시킨 최고의 역작! 책 표지 안쪽에 추천사부터 화려했다. 사람의 상상은 새로운 세계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 속에 갇히게 된다면 행복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그리고 우리의 행복은 왜 항상 예측을 벗어날까.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계획을 세우지 말자.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이 말의 신빙성 또한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길버트는 현재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나만의 영향을 받은 그는 인간의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수년간 연구해 왔다. 그는 뛰어난 강의와 연구업적으로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연구 결과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포브스,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 리더스 다이제스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 다양한 지면에 실렸다. 그가 진행하는 긍정심리학 강좌는 하버드 대학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강의로 수백 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학기마다 수강신청에서 밀려나 안타까워하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다. 현재 그는 자신의 부인, 애완동물과 함께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마음이 비상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속는 것이다." (11쪽)


"우리의 삶은 우리가 희망하고 계획한 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117쪽)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현실을 억누르며 살아간다. 힘들어도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나의 미래가 지금의 노력으로 행복할 것이라는 상상력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미래에 일어날 행복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무슨 근거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이처럼 허망하고 무모한 도전이 없다. 이렇게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사상들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미래를 상상하면 안 된다는 말일까. 만일 그렇다면 하루도 살아갈 힘이 빠질 것이다. 내 미래에 대한 행복한 상상, 사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과거가 여기저기 구멍 뚫린 벽이라면 미래는 큰 구멍 자체다." (170쪽)


그만큼 미래는 알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행위를 할 때 대개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249쪽) 여기에서 사람들이 이유 없이 행동한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


또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했던 것보다 하지 않았던 것을 훨씬 더 많이 후회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 유망한 사업 기회를 놓친 것, 가족이나 친구와 충분히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 등을 가장 빈번하게 후회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심리적 면역 체계는 행동하지 않은 것보다 행동한 것에 대해 훨씬 더 쉽게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는 사람들이 하지 않은 것보다는 실패한 것에 대해 후회를 더 많이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행복을 발견하는 간단한 공식은 없다. 또한 우리의 뇌는 우리의 미래를 향해 확신 있게 걸어가도록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도대체 우리가 왜 연거푸 실수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 (저자 후기 중)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실제 경험을 사용하여 자신의 미래 감정을 예측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로또를 맞으면 세상 최고로 행복할 것 같은데, 현재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이 과연 행복한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반드시 주목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여러 상황에서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당신은 별다른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사한 사실 하나는 터득할 것이다. 최소한 미래의 당신이 이 책에 대해 큰 만족을 느낄 거라고 현재 당신이 왜 오판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9쪽)


사람은 지난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고 싶어 한다. 나쁜 기억은 삭제하고 불편한 기억도 행복하게 변색시킨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은 왠지 좋았고 현재는 늘 고단하다. 하지만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나를 억누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내 아이에게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주고 싶고, 그래서 아이 앞에서 무리하는 건 아닐까? 매일 반성하고 돌아보지만 세월이 지나야 답을 얻게 된다.

오늘도 두 선배와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살아보지도 않은 미래를 내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말해주어야 할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따라주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행복을 강요해야 할까? 하지만 역시 어리석은 행동은 내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물론 나의 생각에 아이들이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나 자신도 부모님의 생각에 모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미래는 내가 예상하는 것만큼 펼쳐지지 않는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미래는 큰 구멍이라고 여긴다. 그 구멍을 채울 것인지, 지나갈 것인지. 채운다면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지나간다면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될 사람은 나 자신이거나 또는 미래의 나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나친 상상으로 허망스러운 행복을 꿈꾸지 말자는 것이다. 그보다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미 이룬 현재의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작가가 나에게 준 미래를 대하는 지혜다.


상상력을 배제하여 진정한 미래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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