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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진 들꽃 같은 노르웨이에서의 삶

하늘과 바다가 맞닿았을 때

by Youmi Sa

Where the sky meets the ocean

하늘과 바다가 맞닿았을 때.


노르웨이는 제 마음속에 아주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노르웨이 남편을 두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며 스며들 듯, 조용히 그리고 단단히 제 마음속으로 뿌리를 내린 나라가 바로 노르웨이입니다.

몇 년 전, 저희는 노르웨이 중서부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별장을 마련했습니다. 남편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을 보내며, 해가 갈수록 더 깊은 추억과 우리만의 전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삶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평온합니다. 저는 들판을 가득 채운 들꽃(wildflowers)을 볼 때마다 “이것이 바로 노르웨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꾸미지 않았는데도 effortless하게 아름답고, 자연스럽고 실용적인 모습. 그것이 이 나라 사람들과 자연이 닮은 점입니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스칸디나비아 가구와 조명 역시 바로 그런 ‘절제된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이번 여름에도 지중해의 앙티브 집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족들과 함께 대서양 바닷가에 있는 노르웨이 별장으로 날아왔습니다. 여름의 꼬뜨다쥐르(Côte d’Azur)는 요트와 럭셔리, 파티의 향연이라면, 노르웨이의 대서양 해변은 청명한 하늘과 압도적인 자연의 존재감 속에서 인간의 작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지고, 삶은 단순해집니다.


노르웨이 별장에서의 하루는 단조롭지만 풍성합니다. 아침엔 작은 보트를 타고 나가 직접 생선을 잡습니다. 명태, 넙치, 고등어 등 계절마다 다른 생선들이 넘쳐납니다. 빌라 앞에서는 야생 산딸기를 따고, 허브를 손질해 요리합니다. Ocean to Table, Ocean to Plate — 이 말이 정말로 현실이 되는 삶이지요.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요리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함께 웃고, 산을 오르고 바다를 헤엄치는 이 일상은 그 자체로 선물입니다.

어제는 노르웨이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식사를 함께했습니다. 흰 리넨 위에 흘러내리듯 놓인 들꽃, 고요한 들판이 그대로 식탁 위에 펼쳐진 듯한 풍경. 그 테이블은 마치 노르웨이 여름을 닮은 듯했습니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식사는, 그 자체로 완벽했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자연, 그리고 그 자연을 집처럼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낸 음악 같은 장면들. 제 마음속 노르웨이는 들꽃과 풀냄새가 가득한 풍경입니다.


당신의 마음속 자연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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