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사랑하는 노르웨이 사람들
올해는 정말 드물게 찾아온 무더운 여름 덕분에 노르웨이의 자연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의 보통의 여름은 사실 더운 느낌보다는 15-25도 사이의 서늘한 초봄의 느낌이 가득합니다. 비도 자주 내리고 안개도 자욱하며, 심지어 벽난로에 불을 지피는 경우도 있는, 여름 속의 겨울입니다. 하지만 올해의 여름은 다릅니다. 한낮의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곳도 많으니 햇빛을 늘 그리워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에게는 축복 같은 순간입니다. 모두가 수영복과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푸른 잔디밭, 집 앞 테라스, 공원의 벤치, 바닷가의 해변, 산 등 각자의 장소에서 햇빛을 만끽하는 축제의 순간입니다. 무표정의 미학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인들이지만, 이렇게 찬란하고 따뜻한 햇살 앞에서는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져 서로에게 미소 짓고, 낯선 이에게도 친절하게 말을 건넵니다. 햇빛과 좋은 날씨가 이토록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노르웨이인은 처음 만났을 때 웃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례해서가 아니라 진지함과 낯가림의 표현입니다. 본래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이 심한 노르웨이인들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오해하곤 합니다.
문득 친구가 북유럽 관련하여 농담으로 보내준 글이 생각납니다.
노르웨이인: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스웨데인: 조화롭게, 예의 바르게, 계획적으로
덴마크인: 휘게, 삶은 짧으니 웃고 즐기자.
저 역시 노르웨이 가족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관찰해 본 결과, 노르웨이인들은 자연을 정말 깊이 사랑합니다.
노르웨이에는 ‘Friluftsliv’라는 ‘자연 속에서의 삶’이라는 말이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비슷한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를 했을 때도 스웨덴, 덴마크가 자연 친화적이지만 도시적인 삶도 비중과 선호도가 큰데 비하여 노르웨이는 시골과 자연 중심의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옷차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일상생활에서도 등산복을 자주 입는 반면 스웨덴 쪽은 미니멀하고 세련된 옷도 잘 입는 편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노르웨이 인들에게 둘러싸여 저 역시도 행복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유럽의 여름은 백야 현상 덕분에 햇살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고, 따뜻한 바람 속에는 웃음소리와 요리하는 향긋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매일 요리를 하고 마음껏 웃고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나누고 바다에서 직접 잡은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들은 그 자체로 여름의 선물이고 식탁 위엔 계절의 기쁨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날씨, 그리고 가득한 웃음 속에서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