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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로 3교대 리듬 돌리기. ‘체력’

간호사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오래갈 수 있다.

by 윤모닝










극한 랜덤의 근무 속으로, 3교대.



새벽에 일어나는 건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된다 ㅠ




간호사의 꽃은 3교대라고들 흔히 말한다. 3교대는 말 그대로 하루 24시간을 3번의 교대근무로 나누어 돌아가는 근무형태를 의미하는데, 간호사의 근무시간대는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 날 수 있지만 대체로 데이(아침 7시-오후 3시), 이브닝(오후 2시-밤 10시), 나이트(밤 9시-다음 날 오전 7시 30분)로 나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8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상근직과는 다르게 주말, 평일의 개념과 24시간의 개념이 완전히 없어진다. 매달 중순 이후에 발표되는 한 달 근무표는 수간호사의 재량으로 짜지는데, 간호사들은 한 달 중에서 월급이 나오는 날 다음으로 근무표가 공개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다음 달 근무표가 일찍 나와야 약속을 잡던지, 여행을 계획하던지 한 달 일정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숨막히는 근무표다.



간호사들의 복지를 더 생각하는 병원일수록 한 달 근무표에서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다. 내가 직접 경험했던 예를 들자면 병원이 돌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간호사 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병원에서 근무할 때가 있었는데 2일 연속으로 나이트 근무를 하고 다음날 오프, 그다음 날 이브닝 근무를 주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이 말은 밤 9시부터 그다음 날 아침 7시 반까지 근무하는 나이트 근무를 월요일, 화요일 2일간 밤새워서 하고 다음날인 수요일 아침 7시 반에 퇴근해서 내리 잠을 잔다음, 그다음 날인 목요일에 바로 오후 근무로 출근하는 꼴이다. 이는 실제로 해보면 정말 죽을 맛이다. 하루아침에 밤, 낮의 리듬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일하는 병원에서는 다행히 간호사의 복지를 고려해 주는 병원이기에, 나이트 근무를 2개 하면 다음날 2일은 쉬는 날로 의무적으로 지정해 준다. 그러면 주어진 2일의 쉬는 날에 생체리듬을 돌려서 다음 근무 시에 적합하게 적응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된다. 처음에 일하던 병원에서는 이런 규칙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다니다가 나중에 퇴사를 하고 다른 병원을 갔는데, 이런 혜택이 모든 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정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현재 일하는 병원에서 정해준 근무표. 위의 근무표에 비해 정말 살 것 같은 요즘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아침번, 오후번, 밤 번 근무가 불규칙적으로 돌아가는 힘겨운 근무를 하고 있다. 어떨 때는 남들이 일할 때 쉬어서 좋은 것이 3교대이지만 랜덤으로 돌아가는 근무표 때문에 힘들어지는 것도 3교대이기에 좋기도 하면서 싫기도 한 그런 요소이다. 이러한 우리가 흔히 알듯이 3교대는 생체리듬 주기를 파괴시키면서 생리적인 불균형, 수면장애, 식습관 변화, 위장관장애, 심혈관계 변화, 정신적 스트레스, 작업능률 및 삶의 질 저하 등과 같이 한 사람의 건강에 굉장히 많은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의 모든 간호사들은 이런 직업적인 부담을 안고서 하루하루 치열한 임상현장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3교대 근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들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Day keep, Evening keep, Night keep과 같이 한 근무만 한 달 동안 하는 방법이라던가, 규칙적인 3교대 순환근무제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밤낮을 바꿔가며 랜덤으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간호사도 사람인지라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해야지 병원사정에 맞게 무작정 공장 돌리듯이 사람을 굴려버리면 얼마 버티지 못해 나가떨어지기 마련이다. 부디 병원 운영진들도 한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간호사들의 교대근무로 인한 삶의 질을 고려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교대근무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적응하기 쉽지 않은 그 이름, 3교대.




앞서 설명했듯이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3교대는 Day (오전 7시-오후 3시), Evening(오후 2시- 밤 10시), Night (밤 9시- 다음날 7시30분)으로 나뉜다. 먼저 Day 근무의 경우, 출근은 아침 7시까지이지만, 나의 경우 출근하여 환자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므로 30분 정도 일찍 간다고 생각하면 6시 30분까지 병원에 도착해야한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15-20분 정도 시간이 걸리고 아침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정도이기에 적어도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한다. 더구나 나는 아침에 밥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지 않기에 아침은 꼭 먹고 출근하는 편인데, 새벽 5시에 부랴부랴 씻고 준비하면서 밥을 먹기에 정말 속이 받쳐주지 않는다. 하지만 안먹으면 그날 하루 에너지가 생기지 않으니 속이 받쳐주지 않아도 꾸역꾸역 뭐라도 먹고 출발한다.





Evening 근무의 경우 3교대 중에서도 가장 하는 일이 많은 시간대이기 때문에 출근하기 전에 밥은 반드시 필수적이다. 더구나 밤 10시까지 체력이 버텨줘야하기 때문에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밥은 꼭 먹고 출발해야한다. Day 근무 못지 않게 치열하게 근무하고 퇴근하면 밤 10시. 아무리 아침형 인간이어도 밤 10시에 퇴근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럴땐 다음 날 근무를 위해서라도 다음 날 아침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필수이다. 출근 전 운동을 가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줘야하는 근무!





문제는 Night 근무이다. 밤 9시까지 출근하는 것은 좋으나 밤낮을 바꿔야하는 근무인 만큼 남들이 놀때 자고, 남들이 잘때 깨어있어야하는 패턴으로 리듬을 돌려야한다. 모두 리듬을 돌리는 각자의 방법들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첫 나이트 근무날에 점심을 먹고 난 후 오후 2-5시는 무조건 낮잠을 자둔다.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오는 것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낮잠을 잘때에는 무의식적으로 밤에 잠을 자는 것과 동일한 수면의 질을 만들어주기 위해 외부 창문으로부터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게 암막커튼을 사용한다. 그렇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후 씻고 밥을 먹은 다음 출근을 하게 된다.





두번째 나이트 근무날은 의외로 수월하다. 이미 밤동안 근무를 하고 난 이후라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하게 되면 바로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로 녹초가 되기때문에 왠만하면 퇴근한 이후에는 씻고 바로 잠이 든다. 그러면 오후 5-6시 쯤 자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첫날과 같이 리듬을 맞출 수 있다. 그렇게 나이트 근무 한텀이 끝나면 다음 근무를 위해 다시 원래대로 낮리듬과 밤리듬을 돌려야하는데, 신규간호사시절 이 리듬을 다시 돌리는 것이 잘 안되어서 마지막 나이트 근무가 끝나고 나면 억지로 오후 6시까지 깨어있게 한다음 오후 6시부터 쭉 자서 다음날 오전 7시에 일어나는 패턴으로 맞추기도 했다. 지금 현재 쓰는 방법은 덜자고 쭉자고 방법인데, 아침 7시 반에 퇴근하고 오전 9시 정도에 잠을 잔다음 오후 3시에 일어나서 활동을 하고 저녁에 잠을 일찍 청한다. 그러면 다음 날 오전 7시가 되면 눈이 떠지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할 때도

기본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 신체의 근육 70%가 하체에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연구들에서 우리의 체력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하체 근육을 꼽고 있으며 하체에 근육이 많을수록 성인병 발병률이 적고 더 오래 산다고 밝혀졌다. 이는 근육이 우리 몸 안에서 쓰고 남은 포도당을 혈액 안에 쌓아두지 않고 간보다 훨씬 많이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하여 혈액을 깨끗이 하고 우리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마다 포도당을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근육은 우리 몸의 지구력을 높이는 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운동하는 습관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3교대의 리듬이 계속 바뀌는 것이 참 힘들지만 근무 전이든 후든, 이틀 운동하고 하루 쉬고, 이틀 운동하고 하루 쉬고 하면서 습관을 유지해 나간다. 체력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도 해내면서 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기 전에 나는 한 근무를 뛰고 나면 집에서 바로 가서 쉬어야 할 정도로 체력이 금방 소진되곤 했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 체력을 키우고 나니, 근무를 뛰고 나서도 어깨나 목이 아프지 않고 체력이 남아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개인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일주일에 5번, 하루 50분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하여 근육량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평소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편이라 체력이 길러지고 난 다음으로는 등산, 영상편집, 글쓰기, 책 읽기, 여행 등 근무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들을 많이 해내고 있다. 이전에는 블로그 체험단을 통해 필라테스, 테니스, 복싱도 배워보기도 하고 골프, 클라이밍 등도 시도해 봤었다. 사실 이것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내가 이런 꿈들을 꿀 수 있는 것도 체력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체력은 부단히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데에도 필요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내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8시간 동안 데이 근무든, 이브닝 근무든, 나이트 근무든 어느 하나 쉬운 근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8시간 동안 견뎌내야 하고 교대근무로 오는 피로감과 체력적 소진을 감내하면서 간호사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전 글 6화 참고)


사실 운동하기 이전에 나는 내가 맡은 근무를 잘 해내는 것만 해도 에너지의 상당수를 소진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근무에 쓰이는 에너지를 제외하고도 체력이 많이 남아있어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나와 함께 이 힘든 임상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려고 하다 보니 그들도 나에게 도리어 많은 도움을 주고 이로 인해 나 또한 일할 때 조금이나마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나 하나의 체력을 기르는 것은 환자들에게도 조금 더 미소를 많이 지어줄 수 있는 에너지가 되고 그런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은 환자들은 나에게 더 좋은 에너지들을 주곤 한다. 그만큼 체력은 정말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



직책이나 하는 업무가 달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도 나 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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