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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n 10. 2021

아이는 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절망의 밑바닥까지내려갔다면,올라오는 법을알게 된다.



면회마저 자유롭지 못한 그곳에 아이를 입원시켰다. 그리고 철장이 “철컥” 하고 닫혔다.

아들은 급하게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했다. 상습적 도벽으로 인한 보호장치로 입원이 필요했으며, 근육경련까지 오게 한 뚜렛장애는 “24시간 관찰과 치료 요함”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닫힌 철장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간호사가 준비해 달라는 입원 물품을 사러 근처 편의점을 갔다. “수건, 샤워타월, 비누, 칫솔.............”

수건과 샤워타월은 '정사각형'이 돼야 반입이 된다고 해서 가위를 사야 했다. '긴 수건'과 '긴 타월' 그리고 '비눗갑의 플라스틱'이 자해나 자살의 도구가 되는, 무서운 그곳에 11살짜리 아이를 입원시키고 물품을 꾸역꾸역 사 담은 바구니 맨 위에 가위를 올려 넣었다.     


입원 후 '병원 내 사회복지사'는 아이의 치료는 대부분 부모의 상담과 치료로 시작된다고 하였다. 가족상담이 시작되었고 남편과 나는 각자의 상담실에서 아주 오랜 시간 상담을 받았다.

그곳에서 나의 갈등은 없었다. 이곳까지 온 것이 내 탓만 같아서 나의 '모든 수치'든 '모든 죄'든 다 털어놓았다. '고해성사'라도 하면서, 죄를 용서받으면 마치 아이가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상담 후 나는 PTSD, 공황장애, 우울증 등의 여러 가지 병명과 큰 봉지의 약까지 받았지만, 아이 없이 돌아오는 길은 발이 무겁고 손이 허전하기만 하여 자꾸 뒤만 돌아보았다. 뒤만 돌아보는 내게 '무슨 이야기 했어?'라고 물어오는 남편은 여전히 '무서운 존재'였지만, '절대적 존재'는 더 이상 아니었다.

그리고 문득 나도 아이와 같이 철장에 갇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입원시키고 돌아온 집은 정적만 감돌아, 나도 철장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다.



면회는 매일 되는 것도 아니고 매시간 되는 것도 아니었다.  일주일 중 정해진 날짜, 정해진 시간 그리고 1시간 정도 면회가 가능하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를 고구마 바이트까지 장착하여 면회를 갔다. 아이를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할까? 생각하던 중, 저쪽에서 새하얀 병원복을 입고 아이가 나타났다.      


그런데.....     


남편과 얼굴도 성격도 행동까지 판박이라고 생각했던, 그래서 밉기조차 했었던 아이는 내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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