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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영 Sep 16. 2023

밤에 든 생각들

이인영, <밤 속 밤>, 21x30cm, 종이에 수채, 2022.6.                                



세상의 모든 불빛이 사라질 때 비로소 환하게 빛날 그곳. 그곳에 가기에 아직 나는 너무 밝은 상태인 건가.









몇몇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때 그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전에 내가 서 있던 그늘진 곳이 얼마나 밝고 따뜻한 곳이었는지 이제 알겠다.










어쩌면 이건 내 마음이 자기에게  맞는 어떤 상태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지 모른다. 결국 있게 될 곳을 향한, 오래전에 정해진 궤도를 따라가는 것이기에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왠지 모르게 이 어둡고 깊은 곳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22.6)









이보다 더 적막한 곳, 이보다 더 그늘진 영역 속으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요즘 나는 여기서도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점점 더 많은 장소들이, 세계들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 것 같다.

밀려나고 밀려나다 보면 결국 어디로 가게 될까? 내가 만든 환영의 세계에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환영 만들기에 실패한다면? 도저히 그 안에 있기 싫을 정도로 엉망인 환영이라면? 그땐 어디로 갈 수 있을까?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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