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만 자상한 아빠?

by 카이
“아이가 태어나면 아마 내 앞에선 숨도 못 쉬게 될 거야.
대신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줄게!”

결혼 전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아이들은 어른을 어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내 생각이다. 그것이 자기중심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에게 참을성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를 통해 아이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배려 깊은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 무서운 아빠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아야 하며 하기 싫은 것도 필요한 것이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투정이나 떼를 쓸 수도 없다. 감내할 수 없을 만큼의 불호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 때부터 아빠의 불호령을 듣고 자란 탓에 아이들도 이젠 아빠의 얼굴 표정만으로도 분위기를 짐작하여 행동할 정도이니, 아이들에게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내가 항상 무섭기만 한 아빠는 아니다. 결혼 전 아내에게 했던 말처럼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자상한 아빠일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내 용돈의 대부분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때리지 않는다. 많은 시간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주고, 살갑게 안아주며, 자기 전엔 항상 책을 읽어주는, 때론 아이들을 위한 요리사로 변신하는 자상한 아빠다.


무섭지만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자상한 아빠.

어느 순간 아이들도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 주는 아빠가 갑자기 무섭게 변할 땐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서운 아빠라 하여 아이들이 멀리하거나 싫어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아빠의 말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큰 아이는 3살 때부터 혼자 장난감을 정리했으며, 4살부터는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자기 시작했다. 5살부터 혼자 샤워를 했으며, 6살이 된 지금은 매일 저녁 아빠와 집안 청소를 하고 있다. 길에 떨어진 휴지는 주워 휴지통에 버리며,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시키지 않아도 인사를 한다. 난 이런 내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이들을 훈육하는 내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해 주는 듯하여 뿌듯하기까지 하다.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면 돌변하여 말썽꾸러기가 되기도 하지만 어찌 그 모습조차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어느 날 저녁, 화장실에서 아들 녀석이 혼자 응가를 하며 거실에 있는 나에게 웃으며 외친 말이 또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아빠, 이제 혼내지 마세요!”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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