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지만 아름다운

by 카이

누군가 내게 일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이른 아침, 내게 와 안기는 아이들의 달콤한 향기를 맡는 순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의 그 작고 예쁜 팔과 다리로 나를 끌어안고 살을 부대끼는 그 찰나의 순간이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특히나 평일엔 이른 시간 집을 나서야 하는 이유로 아이들과 아침을 함께 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주말에나 경험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내겐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지난 주말 아침, 아이들과 침대에서 장난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3살짜리 딸아이가 자꾸만 거실로 나가려 한다. ‘이 녀석이 어젯밤 늦게 잔다고 혼을 내서 그런가?’란 생각에 거실로 나가려는 딸아이는 내버려 두고 아들 녀석과 한참을 장난친 후에야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혼자 있던 딸아이는 거북이 두 마리가 살고 있는 작은 어항 앞에 휴대용 선풍기를 가져다 놓고,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거북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아 가만 생각해보니 딸아이의 이런 행동이 처음이 아닌 듯싶다.


더위가 시작되고 아이들에게 사준 휴대용 아이언맨 선풍기, 그 시원한 바람을 알아버린 딸아이는 ‘한여름 작은 어항에 갇혀 지내는 거북이 두 마리가 덥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항 앞에 선풍기를 켜고 거북이들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어항 유리벽에 막힌 선풍기 바람이 어찌 거북이들에게 시원함을 주겠냐 만은, 신기하게도 거북이들은 딸아이가 밥을 먹으러 간 순간에도 선풍기 앞에서 목을 쭉~ 빼고 떠날 줄을 모른다. 바보 같지만, 딸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거북이들의 미련한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며 아침햇살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딸 키우는 재미’라 말하는 것들이 이런 것일까? 아들 녀석의 3살 때와는 너무나 다르다.

생각해 보니 아들 녀석만 그런 건 아니다. 내게도 딸아이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감성은 없는 것 같다. 남을 위할 줄 모르고 자기 자신만, 내 것만 중요하다 생각하는 각박한 세상이 된 것 또한 이런 순수함이 사라져 버린 탓은 아닐까?

그렇더라도 때론 바보 같은 아이의 순수함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워 보임은 아직은 가슴속 깊은 곳에 그런 순수함이 잠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다들 한여름 지갑 속에 갇혀 더위에 신음하는 소중한 이들의 사진들을 꺼내어 부채질 한 번씩 해 봄이 어떨까? 손가락이 오므라들면 어떠한가? 누군가 옆에서 바보라 놀리며 손가락질하면, 그 또한 어떠한가? 그 바보 같은 모습 속에서 누군가 순수함을 찾아 마음속 깊은 곳에 행복한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어제보다는 더 좋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3살 딸아이의 순수함 마저도 어른들의 세상에 가르침을 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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