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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y 06. 2020

쉬어가는 골목, 에피소드 #2

나의 모국어 수준과 영어 용법에 관한 세 가지 팁

어린이날 공휴일을 이용해 생태공원 주변의 자전거도로로 출사 했다(사진 찍으러 간 게 아니라 로드 바이크 레이스 나감). 오늘이 이십사절기 가운데 입하에 해당하는 여름이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시마노 사의 소라 기어(입문용으로 훈련을 위해 평속 20km/h 이상의 속도는 낼만 한 수준의 자전거 엔진) 스펙의 중고를 지인으로부터 헐값에 구매한 이후로, 로드 바이크 입문 기간을 지나고 있다.


언젠가 타임 트라이얼 바이크로 갈아타기 위해 지금의 로드 바이크에 타임 트라이얼(T.T.)바를 튜닝했다. 에어로(유체역학적으로 공기 저항이 적은) 장비로 바이크 헬멧도 T.T.용



로드 바이크로 약 2시간 반 동안 50km 이상을 질주하고 나면 온 몸이 뻐근해진다. 몇 주전부터 헬스장에서 아무리 웨이트와 중심부(Core) 단련을 열심히 해놓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내 몸의 취약점이 하나 둘 드러난다. 왜냐하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자전거는 이전 주인의 체격에 맞는 자전거 크기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키는 작지만 하체와 팔은 키에 비해 길어서 휠(바퀴) 크기(700x23C)는 얼추 커버하지만 핸들바와 안장과의 거리는 본인 상체의 적정 사이즈보다 길다. 그래서 레이스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허리와 오른쪽 엉치뼈 근육통이 느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통증보다 타임트라이얼 자세를 유지한다고 균형 잡는 것에 신경 쓰다 보니, 레이스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속도에 더 예민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분야건 일단 실전(테스트 드라이브)에 부딪쳐보는 게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레이스를 끝내고 오후에 서점에 들러 우리말 문장에서 비문(오류 문장)을 바로잡는 ‘문장력 강화’와 관련된 책을 봤다. 옳커니, 편집장인 책의 저자는 우리말을 올바르게 쓸 줄 알면 서로 다른 문화와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어서 영어도 잘 쓸 줄 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영문 뉴스위크지의 부편집장이다. 그가 비문의 예시로 든 대중작가들의 문장들은 시중의 베스트셀러 책 내용이며 유명한 소설가의 글에서 발췌한 것이었다. 즉 유명 작가들이 자신의 가치관이 잘 묻어나게 글을 써서 일단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지만, 누군가로부터 문장 비평(테스트 드라이브)을 제대로 받지 (거치기에는 인지도가 너무 높다.) 않았기에 오히려 지적당할 수 있는 비문(약점)은 가려진 채 대중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이다.



‘문장 비평’과 같은 책의 저자는 인지도가 없는 작가라서 지적받을 만한 수준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작가 유시민, 소설가 이문열 심지어 고 박경리까지) 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쓴 비문에 적확한 지적을 함과 동시에 오류를 정정한 문장을 독자에게 피드백해준다. 그러나 그 문장 비평의 작가에게 박수를 쳐줄 게 아니었다. 그 저자의 두 번째로 출간한 문장 비평과 관련된 책의 머리말에서 본 편집자 지원 테스트 문제를 통해서 나의 문장력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여 나온 결과는 10 문제 중 40점 정도에 불과했다. 70점 이상이면 상위 10%에 든다고 하여, 채점 전에는 들떠있었으나 지원자 평균 점수에도 못 미쳤다. 문제가 궁금하신 브런치 작가들이 계신다면 해당 책을 미리 보기 하여 그 시험 부분을 찾아서 직접 해보시기를 바란다.



일반 대중이 인기 있는 작가들의 대중 소설을 통해 올바른 문장으로만 인식하는 통념에 일침을 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많은 대중들에게 읽힐 뿐만 아니라 여기 브런치 작가들도 참조해서 브런치라는 작가 등용을 취지로 하는 플랫폼에서 흔한 비문을 접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은 이 참에 그 책의 내용을 짬짬이 테스트하고 익혀서 필자가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하나씩 살펴볼 작정이다. 아마도 수없이 보일 비문들을 고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떤 글을 게시하기 전에 편집자에 의해 피드백을 받은 기회는 있었으나, 그땐 본인의 거추장스러운 문장력을 끝까지 고집했다. 자, 일단 읽히기 좋은 문장은 보통 사람이 한 번에 문해가 가능한 일곱 단어 정도이기 때문에 (벌써 15 단어 넘겼다;) 그 정도 길이여야 한다.


자전거 타고 난 뒤에 자주 마시는 녹차라떼(Macha Latte).




필자는 영어의 용법에서 시제는 스스로 영영사전을 보면서 몇 번씩 환기시킨 이후로 익숙해져 있고, 가정법(조건문 말고 2nd conditional부터의 if문)은 어느 캐나다 원어민으로부터 지독하게 훈련받아서 말로 하고 이해하는 데는 모국어만큼 익숙하다. 먼저 시제 중 완료 시제를 확실히 이해하려면 수학에서 부등식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평선을 그어서 어느 시점부터 언제까지 일어난 일인지를 일일이 확인하면 쉽다. 그리고 단순 과거 시제와 달리 현재 완료(have past participle)나 과거완료(had p.p.)는 말하는 문장에 특정 일시를 함께 거론하면 비문(?)이다. 가령 원어민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5 형식 문장의 단순 과거 문장인,

“I had my hair cut yesterday.” (나는 어제 이발했어.)

는 had라는 단순 과거(have 동사의 과거형)를 써서 ‘어제’라는 특정 시점에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Almost a million of and a half French soldiers had died in 1919..” (거의 백오십만 명의 프랑스 군인이 1919년에 사망했다.)는 비문이다. 왜냐하면 had p.p. 형태의 이 문장에서 과거 분사는 전쟁이 과거 특정 시점에 발생했고 이후 어느 시점까지 이어지다 끝났다는 시간을 나타내는(시제) 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시점을 가리키면 과거분사의 역할이 사라진다. 고치면,

“Almost a million of and a half French soldiers had died during World War I.” (~1차 세계대전 동안 사망했었다.)



우리말의 ‘(언제) ~했다.’ [단순 과거]와 ‘~했었다.’ [완료] 시제 표현의 어감은 별 차이가 없다. 반면에 영어의 완료 시제는 대화 중에 분명히 언제 (동사)했는지를 모를 때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 완료 시제 용법으로 1) 과거 완료, 2) 현재 완료, 3) 현재 진행 완료를 많이 사용한다. 1) 말하는 그때로부터 어느 과거에 했고, 지금은 하지 않는다면 과거완료(had p.p.)를 사용한다. 그리고 2) 과거 어느 때부터 했긴 했는데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면 현재 완료(have p.p.)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3) 과거 어느 때부터 (since를 사용해 표현)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면 현재 진행 완료(have been -ing)를 사용한다. 동사를 특정 시점인 아닌 지속적인(continuous) 기간 내에 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의 완료 시제 용법들이다.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의 부록(appendix)의 시제 편을 보면 부등식을 나타내는 도식처럼 표현되어 있어, 확실히 분간할 수 있다.



하나의 글에 같은 주제의 소재가 세 개나 있음으로써 글이 좀 길어지고 있다[영어식 표현의 비문]. 두 번째는 앞서 거론한 가정법 과거의 용법에 대한 에피소드다. 처음 영어 문장의 실례로 든 5 형식 문장의 ‘I had (목적어 자리) (목적격 보어 자리).’ 형태는 원어민이 평소에 많이 쓰는 용법이다. 사전만 보더라도, 이들은 


I had a look at the photos.
(I looked at the photos.)

We had a laugh over that one.
(We laughed over that one.)

We had ice cream.
(We ate ice cream.)

He’s had a shock. [현재 완료]
(He’s suffered a shock.)


위와 같이 일반동사 과거(looked, laughed, ate, suffered)로 표현하면 될 것을 사역 동사 have 과거로 앞의 일반동사를 명사형으로 말하는 게 ‘원어민적인’ 표현이다. 한국말도 ‘나 어제 머리 했어.’라고 더 쉽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영어는 정말 쉽게, 자주 쓴다고 회화 전문 학원의 독일어를 전공한 원어민이 알려줬다. 거기에 반해 캐나다에서 철학 석사 학위까지 수료했는지, 졸업했는지는 알 길이 없는 한 원어민은 가정법 과거의 쓰임새를 훈련시켜줬다. 2nd 가정법(If I were ~, I would ~), 3rd 가정법(If I had been~, I [조동사] have p.p.~) 용법을 레벨 테스트 인터뷰 내내 토해내자 각 조동사 별로 어떤 뉘앙스인지 분간은 되었는데, 막상 이 쓰임새의 활용은 원어민조차도 어려워한다고 한다. 결론은 많이 쓰이지도 않을 열 구문 용법보다 자주 활용되는 확실한 한 가지의 용법이 백배 낫다는 거다. 그 캐나다 원어민이 나보다 두 살 형만 아니었어도, 당시에 ‘고마 해라’고 말해줬을 것이다[2nd 가정법].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몸에 억지로 체화된 것을 뱉어내려고 해도, 애써 까먹을 도리도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고마워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성인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대화는 자주 하기 때문에 원어민과 막힘없이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2010, 김재연). 특히 원어민과 영어로 비즈니스를 하는 상황에서 종종 원어민이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원어민들은 그런 이점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고 하니, 원어민의 그런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우리의 영어에서 ‘높은 수준’을 느낄 때이다(2010, 김재연).



마지막으로 관계대명사가 한정적으로(콤마가 없는) 쓰이는 것과 비한정적으로(계속적 용법으로도 불리고 콤마가 있는) 쓰이는 것에 대한 어감의 차이점을 살펴보겠다. 영어로 된 계약서에서 ‘콤마 하나’ 차이로 기업의 이윤에 타격을 끼칠 수도 있으니, 알아두면 유용할 수도 있겠다. 일단 관계 대명사 which(혹은 that)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비문을 고쳐보면서 살펴보자.


1) In a totalitarian state, no one gets to disagree with the one political party which runs the country. (여러 정치적 정당 중 국가를 운영하는 단 하나의 정치적 정당에 반대의견을 가진 정당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없다.)


라는 문장에서 쓰인 that(which도 가능)은 앞의 명사(->선행사), 정당(the one political party)을 대신해서(대명사 역할) 뒤에 나오는 ‘국가를 운영한다’라는 불완전한 절을 이어주는(접속사 역할) [->관계 대명사]이다. 용법은 앞의 ‘단 하나의 정치적 정당’이라는 선행사가 뜻하는 범위를 ‘국가를 운영하는 단 하나의 정치적 정당’으로 한정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문만을 따져서 볼 때는 의미상으로 비문이다. 선행사, 정당의 범위를 축소시켰다는 말은 국가를 운영하는 단 하나의 정치적 정당 말고도 다른 목적의 정치적 정당이 있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단 하나의 정당’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문장을 해석하면 전체주의 국가는 하나의 정당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위의 구문을 부정한다. 그러므로 어감 상 오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여 한정된 의미로 만드는 which나 that을 쓸 때는 수식하는 명사에 이 제한된 의미 외에도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반면에 미국식 영어에서 비한정적으로만(콤마가 반드시 있는) 쓰이는 ‘계속적’ 용법에서는 아래와 같은 의미가 된다.


2)... the one political party, which runs the country. (국가를 운영하는 단 하나의 정치적 정당밖에 없다.)


관계대명사 which가 비한정적(앞에 콤마를 가진)으로 쓰이면 ‘단 하나의 정치적 정당이 있는데 그 정당은 국가를 운영한다.’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단 하나의 정당’이라는 것이다. 콤마 뒤의 내용(which절)은 부가적이며 생략하더라도 전달하려는 의미에는 변함없다. 다시 말하면 국가를 운영하든, 다른 일을 하든 정치적 정당은 단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구문의 의미만을 봤을 때는 비한정적 용법으로 쓰는 게 논리적으로 올바르다.



아래 예는 영어권 국가에서 사업을 할 때, 외국회사에게 지불할 로열티 계약서에 있을 법한 조항이다(2010, 김재연).


1) The company will pay any royalty increases which are reasonable. (해당 회사는 합당한 이유로 인상되는 모든 로열티를 지불한다.)


2) The company will pay any royalty increases , which are reasonable. (모든 로열티의 인상은 합당하므로 해당 회사는 이를 지불한다.)


저자가 든 예시 문장처럼 1번의 문장에 단순히 콤마 하나가 추가되어 만약 본인 회사가 로열티를 지불하는 회사라면 막대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영어 문장에서 정확한 어감(뉘앙스)을 분간할 줄 아는 게 원어민과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하고 이 ‘어감’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음 편에 얘기하려고 한다.




문장 발췌 및 참조|

1) 수잔 와이즈 바우어. (2015). 세계 역사 이야기, 영어 리딩 훈련 : 현대 2. 서울: 윌북.

2) 김재연. (2010). 나는 영어로 미국을 이겼다, 가장 빨리 영어를 마스터하는 10개의 영어기술. 서울: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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