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식 사고 글쓰기 수업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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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수업에서 수식구를 쓰는 까닭은 간결한 문장만으로는 세부정보를 접속사나 관계사 없이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한 두문장만을 읽고 계속 읽을지 말지 판단하는 독자로 하여금 짧은 문장만 읽히면 지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자를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윌리암스, 2018).
사실 아이엘츠 영작 시험(Task2 에세이)에서 이 수식구(통사구문)를 사용한 문장을 이용해서 핵심메시지를 전달할 줄 안다는 것은 모국어에 대한 청킹 능력(한 번에 이해가능한 단어의 수로 일반인인 경우, 보통 7~8개)만큼 영어 구문도 인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문장 단위로 한국어 개념을 영어식 사고로 작문하는 데까지, 수식 구문을 사용하면서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졌다는 반증이다.
아래는 그 테스트에서 평가하는 채점 항목이다. 이러한 채점항목 중 Coherence & Cohesion (심층 & 표층결속성) 항목이 Task Achievement(주제 일관성) 항목 다음에 있는데, 이 결속성 항목을 자세히 보면,
메시지가 얼마나 잘 읽히느냐,
문장 간 결속력을 위해 최소한의 장치(메타디스코스, 즉 연결어나 글쓴이가 신호를 보내는 말)만을 사용했는지(화제를 주어로 삼는 법),
다른 말(동의어/반의어)로 바꾸는 것(Paraphrase)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9점대(최고점) 아이엘츠 에세이 작문 기술 중 하나다.
다행히 이 에세이(TASK2)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알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읽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지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내가 쓴 에세이를 검토하는 채점관이라 하더라도, 이 독자의 수준은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위의 채점 항목에서 감점을 안 받을 확률이 크다. 왜냐면 한국인은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사 논문(Paper)을 위한 글을 쓰려면 지금까지 필자가 언급한 영어식 사고로 글쓰기가 '스타일'의 저자 조셉 윌리암스의 말처럼 유용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논문에서는 흔히 '문헌연구(Literature review)'라고 하는 부분이 공감대 기능을 한다. 문헌연구에서 제시하는 선행연구자료들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내용(도입부 문장을 작성할 때의 Common Sense에 해당)이다. 물론 문헌연구의 진짜 목적은 그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한 것(도입부 문장을 작성할 때의 New Message에 해당)이다(윌리암스, 2018).
We can bring many of the aspects of what we do at play to whatever we do at work. Mark Twain said, "The secret of success is making your vocation your vacation."
"놀이를 대하듯 일을 즐기다 보면, 직업이 곧 휴가가 된다."(핵심 메시지)
이번 편에서는 필자가 아이엘츠를 준비하면서, 리스닝과 리딩, 라이팅, 그리고 스피킹까지 텍스트 소스로 활용했던 BBC 라디오, 'In Our Time'의 한 에피소드인 '대한 제국'이다. 여기서 한국사 전공의 교수들이 진행자(멜빈 브래그*)의 질문에 대답한 내용 중 지금까지 알아본 영어식 사고의 구문이 얼마나 녹여있는지 살펴봤다.
첫 번째, 먼저 에피소드의 첫 리드(Lead)는 항상 멜빈 브래그의 요약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먼저 이 주제의 핵심적인 개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교수(Nuri Kim)에게 질문을 던진다.
Radio Podcasts this is in our time from BBC Radio 4 and this is one of more than a thousand episodes you can find on BBC Sounds and on our website. If you scroll down the page for this edition, you find a reading list to go with it. I hope you enjoy the program. Hello. In October 1897, the king of Korea declared himself Emperor to match the status of the neighboring Russian, Chinese and Japanese emperors with Korea's peninsula, his empire. This was a bid for independence and sovereignty when the world's major powers, including those in Europe and America, either wanted to open Korea up to trade or to colonize it. The Korean empire lasted only 13 years, yet it was a time of great transformation for this state and the whole region, marked by modernization and wars with lasting consequences. (→ “대한제국은 불과 13년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그 시기는 한국과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근대화와 전쟁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With me to discuss the Korean Empire are Holly Stevens, Lecturer in Japanese and Korean Studies at the University of Edinburgh, Derek Kramer, Lecturer in Korean Studies at the University of Sheffield, and Nuri Kim, Associate professor in Korean Studies at the Faculty of Asian and Middle Eastern Studies at the University of Cambridge and Fellow of Woolston College. Start with you, Nuri, who had been ruling Korea up to this point, up to the point where they declared themselves to be an empire.
The Korean empire lasted (for) only 13 years [핵심 주절(S+V+C)-> 고등학교 역사수업에서 배운 한국 근대사 지식(Common Sense)], yet it was a time of great transformation for this state and the whole region [대조절], marked by modernization and wars with lasting consequences [앞 문장 핵심어(a time of great transformation을 꾸며주는 수식구(New Message)].
문장의 마지막 부분에 현재 이야기의 핵심 개념 (“modernization and wars with lasting consequences”) 을 배치함.
분사구문 (marked by ~) 은 앞의 명사 (“time of great transformation”) 를 꾸며주지만, 정보의 무게중심은 문장 끝으로 이동함. 독자는 “13년 밖에 안 됐다”라는 정보에서 시작해, 결국 그 13년이 가져온 변화의 내용으로 시선이 이동함.
두, 세 번째 파트는 필자가 공유한 wavePod에서 제공한 요약본(AI 요약)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Holly Stevens discusses the limited interest from Europe and America in Korea until the mid-19th century. Initially, Korea adeptly deflected Western advances by emphasizing its economic limitations and redirecting foreign powers to engage with China instead. However, incidents like the execution of a French missionary and the destruction of an American trading ship in the mid-1800s marked a shift toward more aggressive Western approaches.(→ 그러나 19세기 중엽 프랑스 선교사의 처형과 미국 무역선의 파괴와 같은 사건들은, 서구 열강이 한국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접근으로 전환하게 되는 전환점을 표시했다.)
The transition begins with Emperor Gojong's reign (→ 이 전환은 고종 황제의 통치기에서 시작된다.), who, upon taking full control in 1873, adopts a more moderate stance toward foreign engagement. This change is partly a response to witnessing other nations' fates under foreign influence. When Japan arrives in 1875, Korea, now cautiously prepared, begins the gradual opening of its ports, mirroring America's earlier engagement with Japan. (→ 1875년에 일본이 도착했을 때, 조심스럽게 준비를 마친 한국은 점진적으로 항구를 개방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미국이 과거 일본과 맺었던 초기 교류를 반영하는 움직임이었다.)
"There is a growing consensus among at least some Korean and Chinese officials that contact with Western nations is inevitable to some extent." [07:03]
대화 스크립트가 아님
AI가 교수들이 답변한 내용을 요약한 내용이라 손치더라도 세 번째 파트, '외세의 압력'에서 네 번째 파트, '한국의 마지못한 일본 문호 개방'으로 화제전환 시 마지막 키워드(a shift)가 네 번째 파트의 첫 문장에서 패러프레이징(The transition) 된 것을 확인 가능
두 문단 모두 윌리암스의 '스타일'에서 언급한 도입부(prelude)*를 작성하는 원칙대로, 마지막 부분에 항상 핵심 메시지(Thesis Statement)를 전달하는 것을 확인 가능
마지막에 핵심어(Keyword)를 둬야, 독자가 뇌리에서 잊지 않고 다음 본문에서 나올 내용을 예측 가능
교수들이 한 말(영어)의 내용을 토대로 AI가 요약했기 때문에 '영어식 사고의 흐름'으로 문장의 끝자락에 초점(End Focus)이 맞춰져 있다. 도입부 문장의 첫머리는 앞으로 읽어나갈 문장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무엇에 대해 말하려는 것인지 알려주는 화제가 등장하는 반면에, 끝머리는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목적(핵심어)이 등장하기 때문에 특별한 강조(분사구문 수식구의 활용)를 받는다.
도입부의 흐름이 영어식 사고(구정보→신정보)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이유는, 글을 읽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두 가지 장애물을 문장에서 동사 다음에 배치시키기 위해서이다. 그 장애물이란,
길고 복잡한 구와 절
신정보, 특히 낯선 전문용어
자, 그러면 다시 앞서 발췌한 스크립트를 살펴보자. 그리고 이해가 되었다면, 공유한 링크를 통해 리스닝만 해보자. 안 들리면, 다시 내용이 이해되는지 리딩(독해)해보자. 그리고 쉐도잉(스피킹)까지 해보자. 그리고 다시 리스닝만 해보자. [메타디스코스]
그리고 필자처럼 '링글'이라는 원어민(캠브리지/옥스퍼드대 재학생 혹은 출신)과 1:1 스피킹 수업을 해보자. 필자는 이 한 토픽(The Korean Empire)을 네 부분으로 쪼개서 총 일곱 번(?)의 수업을 가졌다. 한 원어민 튜터(강사)와는 쪼갠 네 개를 하나씩 연속으로 수업했고, 마지막은 총정리(역사가 전공인 그 튜터에게 박사논문 주제로 추천해 줬다), 그리고 한국의 흑역사 중 하나인 '대한제국의 무기력한 주권 독립'에 대해서 다른 튜터와 두 번 더 가졌다.
당시에 해당 에피소드의 스크립트 내용을 일주일 정도 숙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지만, 위에서 말한 영어식 사고대로 말하는 훈련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본인이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배웠었던 약간의 지식(구정보)을 맥락(한국어식 사고)으로 영어로 내뱉고 교정받기를 수업마다 반복했었다. 실제로 나의 영어식 사고의 습관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 수업이었다는 것을 왜 이 10부작의 <영어식 사고로 글쓰기> 브런치북을 쓰고 나서야 알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영혼은 태초에 내 안에 있었으니...
: BBC 라디오 'In Our Time'의 진행자(2025년 9월로 스스로 하차) 였었고, 옥스퍼드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국내에 출간된 '영어의 힘' 책 저자라는 것도 검색 간에 새롭게 알았다.
* 도입부(Prelude): 글 맨 앞에 등장하는 짧은 서문. 짧은 도입부 이후 등장할 길고 복잡한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고 그 골자(framework)를 예상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경우, 독자들은 글이 명확하다고 생각한다(윌리암스, 2018).
참고 서적(Reference books)
1. 스타일(2018; 조셉 윌리암스, 조셉 비접)
2. 완벽한 공부법(2017; 고영성, 신영준)
3.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쓰는 법(최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