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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Aug 03. 2020

내가 모르는 게 없을 때

스스로 경계(警戒)하다

조직에 합류하여 소위 어리바리한 시기를 지내고 나면, 이제는 조직 내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으며, 어떤 일이든 해낼 자신이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조직에서 나를 인정받게끔 하고, 나를 더 역량 있는 인재로 성장시키는 원동력 또, 새로운 동기를 찾게끔 해주는 힘이 된다. 사회생활, 조직 생활을 하면서 자신감이 없다고 하면 나의 역량과 상관없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내부 업무 관련 협의 시에 자신감이 없다면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고, 수비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 일은 어떤 형태로든 내가 해야 할 부분이 생기는데 그 일을 함에 있어서 내가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추진될 수도 있고, 썩 내키지 않는 마음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내가 그 일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쳐서 자만으로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회에서도 종종 자신감이 지나쳐서 사실을 호도하거나, 일부분으로 전체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를 본다.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리더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 이와 같은 과도한 자신감으로 자만심을 갖게 되면, 여러 측면에서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내가 이렇게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기 우리가 새겨 볼 말이 있다. 블랙홀이라는 용어를 고안한 유명한 물리학자인 존 아치볼드 휠러(Jhon Archibald Wheeler)는 '지식의 섬이 커질수록, 무지의 해안선도 넓어진다(We live on an island surrounded by a sea of ignorance. As our island of knowledge grows, so does the shore of our ignorance)'고 했다. 이 말은 내가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할 때, 그만큼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물론 이것이 조직 생활에서의 자신감을 떨어 뜨리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되고, 내가 더 알아야 할 것이 많고, 그것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면접위원을 하게 되면 많이 겪게 되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채용을 위한 면접 때 조직 적합성을 보는 인성면접과 전문지식을 검증하는 기술면접을 보게 된다. 대체로 기술면접을 보게 되는 젊은 편이라고 볼 수 있는 면접위원은 면접 평가의 판단이 빠르고, 과감하다. 주저함이 없다. 자신에 차서 판단을 하게 된다. 그 면접위원은 평가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당연히 조직 내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능력 있는 사람일 테니 말이다. 반면에 인성면접을 보게 되는 나이가 좀 있는 면접위원은 대개 판단이 대체로 빠르지 않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평가를 부여하는데 고민이 많다. 실력이 없어서 평가를 위한 판단이 느리고, 고민이 많은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면접 대상자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충분히 알았을까?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판단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좀 나이가 있는 면접위원도 젊었을 때는 과감하고, 본인의 판단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나이 들수록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것을 느낀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일과 관련해서 모른다는 것이 면접위원으로서 면접 평가하는 것과 다를 수 있지만 과신, 속단, 예단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할 것이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이러한 과신, 속단, 예단은 일의 추진에서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실수를 유발한다면 그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내 판단에 확신이 있었고, 그 판단에 대하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경영자가 이러한 실수를 한다면 조직 전체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


노자 도덕경에 '알지 못함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知不知 上矣),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不知知 病也)'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를 경계(警戒)하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다. 또, 내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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